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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홍명보 축구’ 영국을 넘었다

입력 | 2012-08-06 03:00:00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8강전에서 영국을 꺾고 준결승전에 진출했다. ‘올림픽 4강’은 한국 축구의 오랜 꿈이었다. 2002년 한일 축구월드컵에서 ‘월드컵 4강’을 달성한 이후 10년 만의 쾌거다. 한국의 월드컵 4강 무대가 홈그라운드인 한국이었던 반면 올림픽 4강의 위업을 달성한 곳은 축구의 종주국 영국이었다. 경기는 7만 영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치러졌다. 심판까지 영국 팀에 우호적인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당당했다. 기성용 선수가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는 순간 한국 축구는 ‘적지(敵地)의 세계 4강’이라는 감격의 새 역사를 썼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홍명보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국가대표로서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에 나섰던 승리의 주역이었다. 10년 전 월드컵 4강은 거스 히딩크라는 외국인 감독의 손에서 나왔으나 이번 승리는 우리 내부의 리더십으로 이뤄내 더 값지다. 그가 어제 선제골을 넣은 지동원 선수를 주전 멤버로 기용한 것도 탁월한 용병술이었다. 홍 감독은 우리보다 전력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 영국과의 경기에 앞서 “모든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며 선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위기에 결코 위축되지 않는 월드컵 세대의 늠름한 기상이 자랑스럽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도중에 2명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격전을 치르면서도 끝까지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스타 선수로 넘치는 영국 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한 대표팀의 조직력과 투혼이 돋보였다. 외국 언론도 “한국이 이길 만한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상대들에게 더욱 강한 모습으로 맞서는 우리 선수들에게서 젊은 세대의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5일 현재 금메달 10개를 획득해 메달 순위에서 세계 4위에 올라 있다. 스포츠 경기력과 국력은 비례한다지만 한국 대표팀은 국력 이상의 선전으로 무더위 속의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4일 새벽 펜싱 남자 단체전에서 따낸 금메달은 한국이 올림픽에서 얻은 100번째 금메달이었다. 여자 배드민턴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일부러 져주기에 가담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옥(玉)에 티다. 남은 기간 승리 못지않게 페어플레이를 중시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축구대표팀이 올림픽 4강을 넘어 큰 날개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또 새벽잠을 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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