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청 20∼33세 청년층 분석
반면 57세로 중견기업 임원인 그의 아버지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3세에 취직한 뒤 34년간 쉰 적이 거의 없다. 아버지는 40대에 서울 시내 40평대 아파트를 마련했고 자녀 학비를 걱정한 적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A 씨는 “내가 40, 50대가 됐을 때 아버지보다 잘살 수는 없을 것”이라며 “취업을 하더라도 결혼과 집 장만까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 취업난에 시달리는 에코세대
통계청은 2일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베이비붐 및 에코세대의 인구·사회적 특성’을 발표했다. 조사결과 2010년 11월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695만 명, 에코세대는 954만 명으로 이 두 세대가 전체 인구의 34.4%를 차지했다.
특히 에코세대 중 25세(2010년 기준) 이상 인구는 510만1000명으로 이미 절반 이상이 취업, 결혼 등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보다 교육수준이 높은데도 취업에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25세 때 2년제 대학교육 이상을 받은 에코세대는 75.6%로 베이비붐 세대(12.5%)의 6배나 됐지만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보여주는 고용률은 베이비붐 세대보다 낮았다. 실제로 2010년 기준으로 27∼31세(1979∼1983년생) 에코세대의 고용률은 71.2%로 50세 이하(1960∼1963년생) 베이비붐 세대 고용률 74.1%보다 낮았다.
광고 로드중
‘니트족(NEET·장기간 취업에 실패해 취업 의욕을 잃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는 젊은층)’도 급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자 가운데 니트족의 비중은 25%로 지난 3년간 8%포인트 증가했다.
○ 청년 일자리 창출이 해결책
취업 사정이 나빠지면서 에코세대의 결혼과 출산도 상대적으로 늦춰지고 있다. ‘25세 때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베이비붐 세대가 45.5%로 절반을 밑돌았지만 에코세대는 91.7%로 거의 대부분이었다. 출산율도 뚝 떨어져 베이비붐 세대의 기혼여성 평균 출생아 수는 2.04명이었지만 에코세대는 1.10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 때보다 훨씬 높아진 집값 전세금 탓에 에코세대는 심각한 주거난을 겪고 있다. 에코세대 가구 중 월세와 사글세로 사는 비율은 49.7%였고 자기 집을 구입한 비율은 15.4%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학 학자금 대출 상환 등으로 사회생활 초기의 경제적 부담이 크고, 취업이 늦어지는 데다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뛰자 에코세대의 절반이 월세와 사글세로 전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광고 로드중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최선의 해결책은 이 세대를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기업들은 학력 위주의 채용방식을 바꿔야 하며 정부도 글로벌 시장, 기술, 문화산업 등 에코세대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에코세대(echo generation) ::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세대로 1979∼1992년 출생자를 뜻한다. 산 정상에서 소리치면 메아리(에코)가 되돌아오는 것처럼 전쟁 후 대량 출산으로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자녀를 낳으면서 제2의 출생 붐이 나타났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