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등 켜진 한국경제
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위기 가능성을 전례 없이 강한 톤으로 경고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한국 경제에 전해지는 충격파가 커짐에 따라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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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는 6월 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7%에서 3.3%로 하향 조정했지만 2%대 성장의 가능성을 인정한 적은 없었다. 이날 박 장관의 발언은 최근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에서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3%대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정부 내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최근 열린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부진’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상반기에 반복해온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회복 전망을 사실상 폐기했다.
이날 권혁세 원장도 “가계부채 연체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어 경제여건 악화 시 위기상황이 단기간에 급속히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별강연을 하면서 “‘위기상황’이 오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양산돼 서민경제 기반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사회 불안이 확대되며,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금융시스템 안정성도 저해된다”고 설명했다.
경제부처 수장들의 비관론은 실물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더이상 ‘낙관론’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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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실물지표 부진은 ‘불황의 악순환’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불황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자 기업들은 공장 라인 가동을 줄이고 재고정리에 들어갔다. 6월 제조업 평균가동률과 생산자제품 재고가 각각 지난달보다 1.2%포인트, 2.1% 감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재고 정리에 바쁘다 보니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전월 대비 ―3.3%)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차 산업 부진은 그대로 3차 산업인 서비스업(―0.4%) 부진으로 이어졌고, 소비 역시 승용차 컴퓨터 등 내구재(―0.8%)부터 서적, 문구 등 값싼 비내구재(―0.2%)까지 일제히 감소했다.
기업들의 심리가 얼어붙는 이른바 ‘멘털형 불황’도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2.7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3월(76.1) 이후 가장 낮았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7월 제조업 업황 BSI를 봐도 71에 그쳐, 2009년 4월(67) 이후 최저치이고 7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0으로 두 달째 하락세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