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산업부 기자
영국 대표팀의 경기복과 장비 등을 디자인한 매카트니가 올림픽 컬렉션을 발표하기 직전에 올림픽 캠페인을 내놓으면서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다. 아르마니는 이탈리아 올림픽 선수단에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스포츠웨어 라인인 ‘EA7’을 입혔다.
마케팅에 분초를 다툴 정도로 치열해진 ‘패션 올림픽’이 본 게임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열기가 예상보다 더 뜨겁다. 그간 올림픽, 월드컵 등 초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표단 의상을 공급해 온 아르마니 역시 “역대 올림픽 가운데 최고로 패셔너블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내다볼 정도다. 런던 올림픽을 둘러싸고 패션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예견대로였다. ‘몸의 제전’인 올림픽은 난데없이 ‘패션 제전’이 됐다. 랠프 로런(미국팀), 프라다(이탈리아 요트팀), 에르메스(프랑스 승마팀) 등 ‘국가대표급’ 럭셔리 브랜드들이 대거 자국 선수단의 단복 또는 특정 종목의 선수복 디자인을 맡아 자존심 대결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제일모직 ‘빈폴’과 휠라가 이 ‘장외 대전’에 대한민국 대표로 합류했다.
패션이 유난히 화제가 되다 보니 현지에선 이번 런던 올림픽을 ‘럭셔리 올림픽’ 또는 ‘세기의 패션 대전’으로 띄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폐막식에는 케이트 모스, 나오미 캠벨 등 영국 출신의 슈퍼 모델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영국=패션’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계획이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영국 패션 띄우기’는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다이애나’로 불리며 옷차림 하나 하나가 화제가 되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캐서린 세손빈은 개막식 때 영국의 젊은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의 푸른색 드레스를 입었다. 자국 패션을 선전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른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 영국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스타디움 일대에 패션과 정보통신(IT)관련 업체를 유치해 첨단 도시를 조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영국의 패션 띄우기는 어느 정도 ‘의도’가 담겨 있었던 셈이다.
한편에서는 각국 대표단의 스포츠 마케팅이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선수단복에는 미국 국기보다 ‘폴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말 탄 기수 문양의 로고가 더 크게 새겨졌다”고 비꼬기도 했다.
김현진 산업부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