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문화부 차장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 발간에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여야 후보들은 셈법이 복잡하다. 그러나 출판계에는 “하반기 출판시장은 안철수 책이 먹여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의 책을 사러 서점에 간 사람들이 다른 책까지 더 산다면 출판계에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23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책에서 내 생각을 밝혔으니 국민이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선전하러 TV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으나 출연 후 교보문고에선 하루 7000권에서 1만3000권으로 책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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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도, 바둑도, 정치도 책으로 공부했다는 안 원장이 책을 통해 소통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엔 ‘나꼼수’와 ‘SNS’가 최대 화두였던 4·11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교훈도 작용한 듯하다.
강준만 교수는 최근 발간한 ‘안철수의 힘’이란 책에서 “SNS의 폐쇄성에 대한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 4·11총선”이라며 “우리 편엔 너그럽고 상대편에겐 엄격히 응징하는 ‘나꼼수 모델’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과 ‘청춘콘서트’를 함께한 박경철 씨도 저서 ‘자기혁명’에서 “SNS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대중성의 부족’에 있다”고 말했다.
즉각적, 감성적 소통을 하는 SNS가 새 시대를 이끌 미디어로 각광 받았지만 사실은 견해가 같은 사람들끼리 동종교배가 이뤄지는 폐쇄적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여야, 좌우 구분의 ‘구체제’에 반대하는 중간층을 끌어안아야 하는 안 원장도 모든 세대에 대중적 파급력이 큰 매체는 SNS가 아니라 책이라고 판단한 게 아닐까.
이런 ‘책 정치’가 그에게는 최대한 검증을 늦추고,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의도적 전략일 수도 있다. 신문 인터뷰, TV 토론 출연은 즉각적 검증을 뜻하기 때문이다. 대담집인 ‘안철수의 생각’은 이슈에 대한 안 원장의 의견만 물었을 뿐 답변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날선 ‘추가 질문(probing question)’이 거의 없다. 책이 관심을 끈다 해도 안 원장이 언제까지 “내 생각을 알려면 1만3000원을 내고 책을 사 보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혹시 책만 많이 팔고 대선에는 불출마할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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