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에 전국이 가마솥처럼 달아올랐다. 어제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시민은 한낮에는 외출을 자제했다. 행인들은 나무 그늘이나 다리 밑 등에서 더위를 피했다. 벌집처럼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의 창문도 없는 단칸방에서 여름을 나야 하는 도시 빈민, 홀로 생계를 이어가는 홀몸노인, 뙤약볕이 내리쬐는 거리의 노점상 같은 서민에게는 어느 때보다 견디기 힘든 여름이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의 무료진료소인 요셉의원 관계자는 “거주 환경이 나쁜 데다 무더위까지 닥쳐 열사병 등 여름철 질병을 앓거나 체력 저하를 호소하는 서민이 많다”고 말한다.
짧은 장마에 이어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번 무더위는 1994년 여름과 비슷하다. 당시 서울의 기온은 관측 이후 최고인 38.4도까지 치솟았다. 더위를 몰고 온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세가 꺾이지 않아 당분간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리라는 예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노약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특히 체온 조절 능력과 체내 수분이 부족한 노인들은 더위에 취약하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가 여름 기온과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기온이 평균치보다 1도 높을 때 심근경색증과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이 9∼10%가량 높아졌다.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철판을 다루는 조선소나 도로 공사 현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에어컨 바람을 쐬지도 못하고 구슬땀을 흘린다. 우리 경제가 차질 없이 돌아가는 것은 한여름 무더위에도 쉬지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휴가를 적절히 활용해 근로자의 건강과 체력 관리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