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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담화 홀로 결정…한자성어 직접 골라

입력 | 2012-07-24 16:16:00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대국민 사과 담화를 통해 친형과 최측근 비리에 대해 국민에게 강도 높게 사과했다.

청와대 기자실을 사실상 예고 없이 찾아온 이 대통령은 4분 간 담화를 읽어 내려가면서 줄곧 굳은 표정이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한 대목에서는 참담함마저 묻어났다.

이는 지난달 28일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검찰이 소환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한 지 26일 만에 처음으로 친인척·측근 비리와 관련해 밝힌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소회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에 이어 최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비리연루 혐의까지 불거지자 커다란 충격 속에 일정을 최소화하고 긴 침묵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이날 사과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의 기소 시점으로 예상되는 27일을 전후로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국 이 같은 전망을 완전히 뒤엎고 이 전 의원의 기소에 앞서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친형이 법정 구속되고 최측근마저 비리 혐의에 휘말리자 최대한 빨리 국민에게 솔직한 심정을 밝히고 싶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 대국민담화를 발표키로 한 것은 핵심 참모들조차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철저히 스스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최금락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언제 할지는 정말 몰랐다"면서 "오후 1시15분께 연락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참모들도 다 몰랐을 것"이라며 "TV를 보면서 안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자리에는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어청수 경호처장, 최 수석만 참석했다.

실제로 홍보수석과 대변인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담화 발표 40~45분 전에 이 소식을 듣고 춘추관으로 헐레벌떡 달려왔을 정도였다.

사과의 강도도 가장 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의 사과는 임기 첫해인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과 관련해 두 차례, 200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세종시 수정·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지난 2월엔 측근 비리 사과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대통령은 담화를 발표하면서 2차례나 깊이 고개를 숙였고, '억장이 무너지고'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어'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는 등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며 사과 시점과 내용 등을 고심했고 참모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담화 원고를 다듬었다고 한다. 원고의 최종본 역시 인쇄한 게 아니라 이 대통령이 직접 수기한 원본 그대로였다.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을 때까지 소임을 그만두지 않는다)'라는 한자성어 역시 이 대통령이 직접 선택했다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이 한자성어는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말이지만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위(魏)나라를 공격하기 전 출사표로 던진 말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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