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쓸 힘 당겨 쓰자” 에너지음료 인기… 高카페인 부작용 식은땀
고(高)카페인 에너지음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잠을 쫓으려는 수험생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선 에너지음료 매출이 ‘부동의 1위’였던 캔커피를 처음으로 제쳤다.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10대들 사이에서 에너지음료는 ‘에너지 사채(私債)’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에너지 사채’는 ‘내일의 에너지를 미리 끌어다 쓴다’는 뜻이다. 10대들은 에너지음료를 마약에 빗대 ‘마시는’ 게 아니라 ‘빤다’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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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핫식스’ ‘레드불’ ‘번 인텐스’ 등 국내 3대 에너지음료의 매출액은 2010년 44억 원에서 2011년 111억 원, 올해 들어 5월까지 232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8월 오스트리아산 레드불이 수입 판매된 이후 국내 시장은 급속히 팽창했다. 음료업계는 에너지음료 시장이 연내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음료의 82.3%는 편의점에서 팔린다. 상반기(1∼6월) 세븐일레븐의 에너지음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6.6% 증가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의 핫식스가 오랫동안 1위였던 ‘레쓰비 마일드’를 제치고 개별 음료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편의점에서 에너지음료와 콜라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월 3 대 97에서 지난달 45 대 55로 바뀌었다.
○ 외국에선 판매 금지… 국내 규제 없어
프랑스와 덴마크, 노르웨이, 아르헨티나는 에너지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부작용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편의점업체인 프레스뷔론은 최근 15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에너지음료 판매 금지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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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음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관련 규제가 없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에너지음료의 카페인 함량은 50∼150mg(250mL 기준)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커피믹스 1봉엔 69mg, 콜라(1캔 기준 250mL)엔 23mg, 녹차 티백 1개엔 1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 섭취 기준량이 적은 청소년(15∼19세 남자 160mg, 여자 133mg)이 에너지음료를 여러 개 마시거나 다른 이온음료와 섞어 마시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수험생 사이에선 에너지음료의 빠른 체내 흡수를 위해 이온음료와 레모나를 섞은 일명 ‘붕붕 드링크’를 마시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카페인 함량이나 부작용에 관한 경고 문구를 표기할 의무도 없어 레드불, 핫식스, 야(ya) 등에는 ‘고카페인’이라고만 적혀 있다. 외국산 제품에 대한 반입 규제도 느슨해 서울 남대문시장의 수입식료품 가게에선 공식적으로 국내 수입이 안 되고 있는 ‘몬스터’가 개당(475mL) 5000원에 팔리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이수민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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