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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소시모는 “선크림 함량미달” 판정… 식약청선 “소시모 실험 검증미달”

입력 | 2012-07-24 03:00:00


김현수 산업부 기자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34개 자외선차단제(선크림)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한 ‘K-컨슈머리포트 6호’를 21일 공개했다. 유명 수입브랜드 선크림의 실제 기능이 표시된 것보다 떨어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선크림에 표시된 자외선차단지수(SPF) 수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만약 소시모의 분석이 맞는다면 식약청이 심사를 잘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식약청 화장품심사과에 물어봤다. “실험 방법이 다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식약청은 ‘기능성화장품 등의 심사에 관한 규정’ 고시에 따라 SPF 설정 범위 등을 정한다. 이에 따른 측정 방법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화장품 기업은 제품당 10명 이상의 사람을 모아 피부 손상이나 털이 많이 안 난 등 부분에 선크림을 바른 후 자외선을 쬐여 결과를 측정해야 한다.

반면 소시모는 선크림을 유리판에 바른 뒤 기계에 넣어 측정하는 ‘인 비트로(In Vitro·시험관)’ 방식을 선택했다.

식약청 화장품심사과 양성준 연구관은 “인 비트로 방법은 국제적으로 SPF지수 측정을 위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 방법을 화장품 회사들이 기능성 인증을 받은 대로 성분 함량을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혹 썼지만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소시모는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인 비트로 방법을 썼을까. 소시모의 윤명 국장은 “임상실험은 제품당 2000만 원이 넘게 든다. 이는 전체 실험 예산을 넘어가는 비용”이라고 했다. 또 “실험 대상 가운데 대부분은 괜찮은데 일부 제품만 표시된 것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한 시민단체와 K-컨슈머리포트의 노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바르기만 하면 곧바로 ‘광채 피부’로 거듭날 것처럼 과대 광고하는 기업들은 시민단체와 정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 발표는 좀 과했다. 특정 업체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거쳐 제품에 수치를 표시했는데도 소비자의 질타를 받아야 했다. K-컨슈머리포트가 권위를 유지하려면 정밀한 실험과 충분한 설명이 기본이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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