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경제회의 거침없는 발언 “지나친 기업 제재땐 투자 위축” 정치권 재벌때리기도 비판… 임기말 경제 전념 의지 확고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기업에 대한 지나친 제재는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활기를 띠고 사기충천해 잘해 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의지를 갖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경제 민주화’와 대기업 제재에 나선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또 “온 세계가 당면한 어려운 (경제위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 노조 같은 금속노조와 금융노조 등 고소득 노조의 파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말 어려운 계층은 파업도 못한다.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조합원 4만5000여 명)인 현대자동차 노조를 포함한 금속노조는 20일 2차 총파업에 들어가고, 금융노조는 30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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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임기 시작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고 임기 말에도 경제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흔들림 없이 제시하는 게 이 정부의 임무다’라는 취지의 말을 종종 한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다. 한국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연하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도 이런 취지로 읽힌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도 임기를 정리하는 메시지보다는 경제위기 해법을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는 별개로 경제위기의 실체를 진단하고 차기 정부가 승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을 박력 있게 제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