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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상징 ‘공업탑’에 녹물 줄줄

입력 | 2012-07-17 03:00:00

설치 43년 만인 2010년 보수깵 1년6개월 만에 탈나




울산 공업탑이 부실 보수공사 때문에 녹물이 흘러내려 논란을 빚고 있다. 울산시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13일 크레인을 타고 공업탑 꼭대기의 지구본을 살펴보고 있다. 경상일보 제공

울산의 상징 중 하나인 ‘공업탑’이 부실 보수 논란을 빚고 있다. 설치한 지 43년 만인 2010년 보수를 하면서 설계와 다른 재질을 사용해 녹물이 흘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업탑은 울산 시티투어의 대표적인 코스다.

●잔디광장으로 뚝뚝

16일 오전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 로터리. 공업탑 전체를 녹물이 뒤덮고 있었다. 콘크리트 탑신(높이 25m) 5개가 맞붙은 곳으로는 꼭대기에서 흘러내린 시뻘건 녹물이 묻어 있었다. 전날 내린 비 탓인지 이날까지도 콘크리트 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녹물이 잔디광장으로 뚝뚝 떨어졌다.

꼭대기는 상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울산시 공무원과 전문가가 크레인을 타고 확인한 결과 녹물 발생 원인은 탑 꼭대기 지구본으로 드러났다. 금속전문가인 ㈜풍산 황인엽 연구개발팀장(공학박사)은 “지구본 재료가 무엇인지는 분석해 봐야 알 수 있지만 구리(銅)라면 보수 작업을 끝낸 지 1년 6개월 만에 부식될 수 없다”고 말했다.


●7억6000만 원에 발주

황 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부실 보수’ 가능성이 크다. 울산시가 2010년 9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공업탑 보수를 위한 정비사업을 7억6000만 원에 발주하면서 지구본은 동판을 잘라 만들도록 했다. 황 팀장은 “철판을 잘라 지구본을 만든 뒤 겉에 동 분말로 코팅을 했고 세월이 흘러 분말이 벗겨지면서 녹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업탑 정비사업은 울산 H조경이 수행했다. 하지만 H조경은 분수대 철거와 잔디광장 조성만 맡고 지구본, 남녀상, 비문 등은 공업탑을 처음 설치한 조각가 박칠성 씨(84·충남 청양군)에게 재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저작권 때문이라고 시와 H조경 측은 밝혔다. 시는 국가 공인기관에 지구본 성분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검사 결과 지구본을 철판으로 만든 사실이 확인되면 H조경에 재설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공업탑 울산이 1962년 1월 특정 공업지구(공업특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67년 4월
에 세웠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상징하는 철근 콘크리트 기둥 5개 위에 평화를 상징하는 지구본을 얹었다. 탑 아래 ‘기념탑 건립 취지문’ 등 3개 비문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