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내용상 대필편지…대선에 공 세우려 활용한 것"신명→양승덕→김병진→은진수 거쳐 홍준표에 전달'면죄부 수사' 야권 공세 이어질듯
2007년 대선 당시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BBK 가짜편지'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신명(51) 씨가 편지를 대필한 것일 뿐 편지작성의 정치적 배후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배후로 지목됐던 대통령 친인척 및 현 정권 실세들의 관여 의혹을 실체가 없다고 일축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결국 '면죄부 수사'가 아니냐는 야권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중희 부장검사)는 12일 이런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모두 6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된 피고소인 전원을 혐의없음 처분하거나 고소를 각하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명 씨가 작성한 편지는 양승덕(59) 경희대 서울캠퍼스생활관 행정부처장→김병진(66) 두원공대 총장→은진수(51) 전 감사원 감사위원→홍준표(58) 전 새누리당 대표(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클린정치위원장)에게 전달됐다. 홍 전 대표는 이 편지를 '기획입국설'의 증거라고 폭로했다.
조사결과 신명 씨는 김경준(46·수감중) 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수감 동료인 형 신경화(54·수감중) 씨 등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을 평소 양아버지처럼 따르던 양 씨에게 전달해 상의하던 중 양 씨로부터 '김경준이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받아 그대로 대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편지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내용으로, '큰집'이 참여정부의 청와대로 해석되면서 기획입국설이 불거졌다.
양 씨는 형의 구명을 바라던 신명 씨의 부탁으로 당시 여권인 대통합민주신당 측 인사들을 만나 신경화 씨에 대한 무료변론 각서 등을 받게 되자 이를 한나라당 측에 알려줘 공을 세우기로 마음먹고 '가짜편지'를 기획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당시 한나라당 측이 편지의 기획이나 전달에 관여했을 여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은 전 위원이나 홍 전 대표가 애초 편지를 들고 찾아온 김병진 씨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면박을 준 점 등에 비춰 이들이 편지 작성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김 씨가 민주신당측 무료변론각서와 명함 등을 은 전 위원에게 제시하며 '김경준의 기획입국설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설명했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고, 이후 가짜편지를 접한 은 전 위원이 이를 믿고 홍 전 대표를 설득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따라서 검찰은 그동안 신명 씨 등에 의해 지목됐던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손윗동서인 신기옥 씨 등의 배후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양 씨가 신명 씨에게 '이상득·최시중·신기옥이 핸들링하고 있다'는 말을한 것은 편지공개 후 검찰수사 과정이었고, 이는 양 씨가 편지를 작성한 사실을 숨기려 배후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언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양 씨가 대선 후 당시 한나라당 상임특보였던 김병진 씨를 통해 은 전 위원에게 공로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거절당한 점, 신명 씨가 편지 대필 사실을 주장하자 양 씨가 금품제공과 함께 해외도피를 제안한 점도 양 씨의 단독기획 사건임을 입증하는 근거라고 검찰은 주장했다.
검찰은 "이 편지는 신명 씨로부터 신경화씨와 김경준 씨 사이에 있었던 일을 들은 양 씨가 대선 과정에서 공을 세우기 위해 스스로 기획해 한나라당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 씨는 가짜편지 작성 지시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고, 신명 씨 역시 검찰 조사 이후에도 "내가 대필한 편지의 원본은 양 씨로부터 받았지만 다른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전히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