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경매에 넘기고 받은 돈으로 담보 빚을 못 갚는 이른바 ‘깡통 아파트’가 크게 늘었다. 부동산 경매전문회사인 지지옥션이 수도권 아파트를 담보로 잡은 채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원 경매를 통해 회수하지 못한 채권금액이 6월에만 623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293억2000만 원)의 배 이상이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거래가 끊기고 시세가 떨어져 경매 낙찰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깡통 아파트가 증가했다. 서울지역 전체 아파트 전세금은 올 상반기에 전년 말 대비 0.3% 올랐지만 매매가는 1.5% 떨어졌다. 전세 시세가 오르는데도 매매가는 요지부동이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양천구, 경기 분당 평촌 용인을 포함한 ‘버블 세븐’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하락 폭은 10%대 초반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최근 시공순위 26위인 벽산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방 업체들은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전국의 8만4000여 부동산 중개업소도 개점휴업 상태다. 도배, 인테리어, 이사업체 등의 일거리도 없어진다. 대부분 서민의 일자리다.
정부 당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역(逆)자산 효과-내수 침체’나 ‘가계부채 확대-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부동산 침체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수요자의 진입을 막는 병목지점을 해소하고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대선을 의식해 정부가 무리한 경기 부양에 나서면 부동산 거품을 키워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5%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에 놓인 유럽 국가보다 높다. 정부에 의존해 빚이 또 다른 빚을 부르는 도덕적 해이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