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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토종 구원왕” 세이브 1위 김사율 희망 던져

입력 | 2012-07-06 03:00:00


롯데 마무리 투수들 중에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선수가 꽤 있다. 2000년 23세이브를 기록한 강상수(현 LG 투수코치)는 불을 끄기는커녕 더 키운다고 해서 ‘불상수’로 불렸다. 경기를 늘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던 임경완(SK)은 ‘임작가’라는 별명을 얻고 올해 SK로 이적했다.

전통적으로 뒷문이 약한 롯데는 올해도 우승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튼튼한 선발진과 중량감 있는 타선만으로는 2%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올해 롯데 팬의 우승에 대한 기대는 어느 해보다 크다. 5일 현재 두산 프록터와 함께 세이브 공동 1위(21세이브)에 올라 있는 김사율(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를 ‘끝판왕’ 삼성 오승환(17세이브)에 빗대 ‘율판왕’이라 부른다.

김사율은 경남상고 시절 경남고 송승준(롯데), 부산고 백차승(오릭스)과 함께 ‘부산 빅3’로 불렸다. 송승준과 백차승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김사율은 고향 팀의 에이스를 꿈꾸며 1999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고교무대에서 통했던 시속 140km대 직구와 평범한 커브는 프로에선 타자들이 딱 치기 좋은 공이었다.

롯데는 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면서 달라졌다. 김사율은 서른 살이 된 2010년 승리를 지키는 셋업맨으로 부활했다. 그리고 이듬해 6월 팀 마무리 투수의 중책을 맡았다. 뒤늦게 뛰어든 구원왕 레이스에서 그는 오승환에 이어 세이브 부문 2위(20개)에 올랐다.

김사율은 올해 더 강해졌다. 직구는 최고 시속 140km 초중반대에 머물고 있지만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요리했다. 피안타율(0.236)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1.04)에서는 두산 프록터(0.244·1.27)를 앞선다.

김사율은 3일 SK를 상대로 승리를 지키면서 롯데에서 2년 연속 20세이브를 거둔 첫 번째 투수가 됐다. 이대로라면 롯데 마무리 가운데 최다인 1994년 고(故) 박동희의 31세이브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요즘 롯데 팬이 그에게 바라는 건 한 가지뿐이다. 롯데 토종 투수 최초의 구원왕이다. 역대 롯데 투수 가운데 최다 세이브 타이틀을 얻었던 선수는 2009년 외국인 투수 애킨스(26세이브)가 유일하다.

한편 5일 열릴 예정이던 잠실(LG-삼성), 목동(넥센-한화), 광주(KIA-두산), 사직(롯데-SK) 경기는 모두 비로 취소됐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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