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나홀로族 확산
“도서관이 아닙니다”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면 요리 전문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1인 전용석에 앉아 식사하고 있다. 옆 좌석이 보이지 않도록 칸막이를 설치해 도서관 같은 분위기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 씨처럼 ‘나홀로족’으로 변신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2월 졸업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주예 씨(25·여)는 “토익, 자격증, 봉사활동, 학점관리 등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남을 배려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4학년 이현정 씨(23·여)는 “내 감정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해 가며 공부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주변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에 필요한 정보가 온라인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젊은이들이 ‘나홀로족’을 자청하는 이유다. 올해 2월 졸업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김모 씨(24·여)는 “요즘에는 굳이 그룹스터디를 하지 않아도 인터넷 취업 관련 카페나 학원을 통해 필요한 정보는 다 얻을 수 있고 강의도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최근 개보수한 대학 내 식당 2곳에 혼자 식사하는 학생을 위해 바(Bar) 형식의 좌석을 설치했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 이규선 사업본부장은 “최근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어 바 형식을 도입했더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동국대 생활협동조합 관계자도 “그동안 학생식당에 4인용 혹은 6인용 테이블들을 주로 설치했는데 앞으로는 1인용 바 형식이나 2인용 테이블 위주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교수는 “예전에는 정보를 공유하며 협동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경쟁 사회가 되다 보니 관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고립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과거에는 식당에 혼자 앉아 있는 게 생각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요즘에는 혼자 생활하는 게 훨씬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며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압력에서 자유로워진 반면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술이 떨어질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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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혁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