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벽화는 중국보다 중앙亞-지중해 영향 받아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가 동북아역사재단 내 자료센터에서 고구려 벽화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고대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도상의 교류사를 쓰는 것이 꿈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베네디티스 교수는 이 대학에서 한국사와 한국어 문법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의 지원을 받아 두 달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사 교재 집필용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 교재는 카포스카리대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4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만난 그는 “한국은 오랜 세월 대륙과 해양 세력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외래문화를 재해석해 더 멋진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고유문화를 유지하면서도 훌륭한 싱크리티즘(혼합주의)을 발휘한 한국인의 능력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베네디티스 교수는 이탈리아 나폴리동양학대 학부 시절 동양사를 공부하면서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한국학의 연구 자료가 적고 접근하기 어려움을 깨달았다. 이런 단점은 도리어 한국학을 깊이 파고드는 계기가 됐다. “뒤집어 생각하면 제가 학문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크다는 뜻이잖아요. 한국사를 이해하면 중국사 일본사를 아우른 동양사 전체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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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고구려 벽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엔 고구려 벽화의 도상(圖像)은 중앙아시아를 넘어 지중해에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중국에 벽화가 처음 나타난 건 기원전 2세기지만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이탈리아에선 그보다 훨씬 전부터 벽화가 제작됐거든요.”
그는 앞으로 10년간 ‘벽화로드’를 학문적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벽화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어 고대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도상의 교류사를 정립하고 싶습니다. 아직 ‘위험한 가설’일 수 있지만 한국 문화가 중국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단순한 해석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그는 “외국에서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면 자료 접근이 어려워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제3자로서 역사에 이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총 4년 정도 거주했고 한국어에 능통한 그는 2004년부터 주한 이탈리아대사관 공식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과 황석영의 ‘한씨 연대기’를 이탈리아어로 옮겼고, 요즘엔 김영하의 ‘빛의 제국’을 번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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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아 데 베네디티스 교수는 ::
△1978년 이탈리아 캄포바소에서 출생
△이탈리아 나폴리동양학대 학사(동양사)·석사(한국어 및 한국문학)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이탈리아 라 사피엔차대 박사(한국고대사)
△2011년∼현재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 아시아·북아프리카학과 교수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