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 고려대 교수·영문학
사실 옛 한나라당에서도 제안한 바 있는 서울대 폐지 내지 개혁안은 얼핏 보기에 그럴듯하고 목표가 고매해 보인다. 그러나 실천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효과보다 폐단이 훨씬 큰 구상들이다. 전국 국공립대를 하나로 묶겠다고 하는데 그럴 경우 다수의 과목에 전국의 국립대학생이 몰려들어 수습할 수 없는 혼란이 일고 행정은 마비되고 교수들의 연구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서울대에는 기초학문 학과만 남기고 일반 학부는 다른 캠퍼스에 분산시키겠다는 것도 학문 통섭의 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발상이다.
‘서울대 폐지’라는 통 큰(?) 구상을 한 사람은 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인 듯하다. 미국 내 가장 큰 주립대학망으로 주 안에 23개 대학을 포괄하는 캘리포니아주립대(UC) 시스템만 해도 민주당이 생각하는 것 같은 통합적인 제도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각 대학이 학생 선발, 교육, 교원 선발 등을 자율로 하면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UC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 간 학점 인정 제도는 서울대도 타 국립대, 사립대와 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립대들도 이미 상호협정으로 시행하고 있다.) 민주당이 모델로 제시한 프랑스의 ‘파리대학’ 통합이 몰고 온 교육의 질 저하, 학문 수준의 저하는 이미 여러 분들이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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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이미 ‘법인화’와 함께 외부사회 여론과 압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민주당이 구상, 요구하는 학생 선발 다양화 등 많은 사항이 서울대가 법인화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서울대를 흔들어 쓰러뜨리려 하지 말고 법인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그래서 서울대가 국가경쟁력을 선도하고 타 대학의 발전을 자극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원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큰 나무에 병충해가 문제라면 방제를 해야지 나무를 마구 찍어 뽑아버리면 홍수에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서지문 고려대 교수·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