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돈 케어’로 인기를 얻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용감한 녀석들’. 개가수들의 활약에 숨은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가요 제작자들의 한숨은 또 그만큼 깊다. 사진출처|박성광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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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가수’ 열풍에 음반 제작사들 한숨
‘용감한…’ ‘형돈이와…’ 등 가요 차트 장악
제작자들 “실력 갖춘 신인들 설 자리 없어”
음악성보다 흥미 위주…음악 수준 하락 우려
일부선 “음악-예능 결합된 새 콘텐츠” 호평
‘개가수’ 열풍이 불고 있다. ‘용감한 녀석들’, ‘형돈이와 대준이’ 등 개그맨 혹은 개그맨이 속한 팀들의 음반이 음악 차트를 강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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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수의 음악은 재미를 추구하는 대중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그 열풍을 바라보는 음반 제작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좋은 노래를 만들고, 좋은 신인을 발굴하려 오랫동안 시간과 돈을 들여온 제작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다.
‘형돈이와 대준이’는 개그맨 정형돈과 가수 데프콘의 듀오. 갱스터랩을 앞세워 인기몰이 중이다. 스포츠동아DB
음악성보다는 흥미를 추구하는 노래가 범람하다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 대중음악의 수준을 떨어트릴 수도 있고 결국 케이팝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 신인급 걸그룹 제작자는 “개가수의 노래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가요계에서는 ‘이제 음악을 잘 만들 필요 없이 재미있게만 만들면 된다’는 자조(自嘲)로 허탈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가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음악 프로그램 출연도 비교적 쉽게 하고 있다. 신인가수들의 방송 출연을 위해 애써 온 가수 매니저들로선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박탈감과 허탈감이 심해지면서 가요계 입장에선 개가수를 ‘가요계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으로 여기기도 한다.
실력을 갖춘 신인가수들이 좋은 트레이닝 시스템 속에 탄생하고 성장해 나가야 가요계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곡가들도 장인정신으로 음악을 만들어야 전 세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국민가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불리는 ‘불후의 명곡’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가요계에는 나름의 생태계가 있다. 그런 생태계를 통해 좋은 가수들이 나오고 음악의 장인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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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수들도 연기자의 영역을 심대하게 침범한 ‘외래종’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많은 관계자들은 “장르간 경계보다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려는 진정성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