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대선주자 3인(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의 고민이 깊다. 당 지도부는 25일 경선 일정을 당헌·당규대로 진행하겠다고 의결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9일까지 경선 룰을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논의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은 전혀 없는 상태다. 비박 주자 3인이 대선행보를 계속 이어갈지, 공언한 대로 경선에 불참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다. 경선 룰을 논의하겠다는 것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다음 달 9일까지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치고 나가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 김문수, ‘수원 회군(回軍)’ 하나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포스트 박근혜’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2017년 66세인 김 지사에게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지지층에게 떼쓰는 듯한 이미지를 남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 지사는 25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상가를 방문한 뒤 김용태 의원, 차명진 전 의원, 한오섭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최측근들과 함께 늦은 밤까지 통음하며 향후 행보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 이재오, 박근혜 지지 거부?
이런 와중에 이 의원이 마지막 히든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그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꼭 6·25처럼 기습하네. 허 참 끝났네. 깜이 엄마도 뭘 준비한다나”라고 썼다. ‘깜이 엄마’는 이 의원의 지역구에 사는 유권자다. 간접화법을 썼지만 자신이 무언가 준비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 정몽준, ‘또다시 중도하차?’
하지만 정 전 대표 캠프에서는 “그럼에도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중도하차하면 다시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 전 대표 측은 “다른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