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당내 경선 신뢰 땅에 떨어져… 정치개혁 위한 시대적 요청”친박 “정당정치 뿌리째 흔드는 것… 당원이 후보 선출 책임져야”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은 일반 유권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도입해야 한다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선수가 경기 룰에 맞춰 경기를 하는 것이지 선수에게 룰을 맞춰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거부하고 있다. 현행 ‘대의원, 당원, 국민선거인단 현장투표, 여론조사’를 2 대 3 대 3 대 2 비율로 하는 경선 방식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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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민주주의 발전인가.
▽김 의원=후보 선출을 정당에 맡긴 결과 부정과 부패가 발생하면서 국민이 정당을 못 믿는 상황이 됐다. 민주통합당 총선 모바일 경선 과정에서의 자살,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 등이 벌어지면서 정당의 내부 선출에 대한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또한 국민이 직접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대세이고 국민적 요청이다. 역대 선출을 봐도 국민 참여를 집중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윤 의원=전 세계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정당은 1000여 개 가운데 6, 7개밖에 없다. 미국은 전체 51개 주에서 민주당 15곳, 공화당 14곳에 불과하다. 민심도 제대로 반영하는 제도가 아니다. 2008년 당원 투표에서 3등을 했던 존 매케인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공화당 후보가 됐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선진 정치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역사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Q: 정당정치의 정신이 훼손되는가.
▽윤 의원=당원이 후보를 선출하고 당원이 책임지는 것이 정당정치의 핵심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없애고 ‘전국민대회’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또 당원들도 일반 국민 유권자로서 참여할 수 있지만 (야권 지지자 등의) 음해세력도 들어올 수 있다. 현행 경선 룰은 당심(黨心)을 50% 반영하고 있다.
▽김 의원=현대 정치에서 정당의 근간은 그 당의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이라고 본다. 바로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개념이다. 정당의 가치와 이념에 동의하는 의사를 표출하는 과정이 바로 대선 후보 선출이다. 이들이 참여하면 바로 정당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정당정치 훼손 주장은 현대 정치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Q: 역선택과 조직동원 문제가 제기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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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민주당 대표 경선을 보면 안다. 미권스(정봉주와 미래권력들)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있다. 김한길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결국 이해찬 후보가 모바일 투표에서 이기면서 당 대표가 됐다.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지지자들은 통진당 후보를 뽑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죽이기’에 혈안이 돼서 역선택에 동원될 수 있다. 각 정당이 동시에 하면 된다고 하는데, 장외에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
Q: 200억∼1000억 원의 선거비용이 든다는 분석이 있다.
▽김 의원=과거 후보 선출에서 부정이 발생해 국민이 얻는 상실감과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고려하면 감당할 수 있다. 법안에 전산통합선거인명부를 만들도록 했다. 주민등록 소재지에 있지 않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윤 의원=대선과 총선처럼 투·개표 관리를 하면 618억 원 정도 나온다. 투표 안내 발송비용으로 240억∼300억 원, 부정경선감시단 운영에 170억 원이 들어간다. 비용이 1000억 원이 넘는 것이다. 결국 엄청난 비용을 들여 대선을 두 번 치르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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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현행 선출 방식으로는 흥행이 안 된다. 뻔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비박 주자들의 선출)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흥행이 이뤄질 수 있다.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가 정권재창출의 조건이다.
▽윤 의원=2007년 대선 때 대통합민주신당(민주통합당의 전신) 정동영 후보가 오픈프라이머리로 선출됐는데 흥행이 안 됐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경쟁력에 대선 승패가 달려 있다. 흥행 방법은 다양하다. 23만 명의 선거인단 규모를 100만 명까지 늘리고, 지역 순회 경선을 하면 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