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길 부담없는 동반자, 소형 관악기들
불어서 연주하는 관악기에도 이런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가볍게 들고 떠나 언제,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는 이색 관악기에 대해 알아봤다.
○ 작은 색소폰 사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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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부 사푼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사푼은 하와이에 사는 미국의 악기 연주자 브라이언 위트먼이 1970년대에 만들어냈다. 그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새로운 악기의 재료로 삼았다. 휘트먼은 지금도 직접 사푼을 만든다. 그 모습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푼은 2000년부터 플라스틱 사출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됐다. 이런 플라스틱(ABS) 사푼은 주머니에 들어가는 색소폰이란 뜻에서 ‘포켓삭스(Pocket Sax)’란 상표명으로 시판됐다.
사푼은 테너색소폰 리드(read·관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부분)를 끼워서 분다. 아예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를 끼워 연주할 수도 있으나 마우스피스 값이 사푼 값(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10만 원 내외)만큼 비쌀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마우스피스를 끼운 제품은 리드를 쓰는 제품보다 더 색소폰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사푼의 가장 큰 장점은 크기가 작아서 언제, 어디나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악기를 수입, 판매하는 ‘유럽악기’의 전지표 이사는 언제나 사푼을 가지고 다닌다. “길을 가다 횡단보도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는 신호에 멈춰 섰을 때 한 소절씩 불지요.” 그는 “사푼은 웅장한 소리를 내거나 여러 가지 음역을 커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하며, 관리가 쉽다”고 덧붙였다. 사푼은 리드를 쓰는 악기의 특성상 소리를 내는 데 연습이 좀 필요하지만 색소폰보다는 연주가 쉬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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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잔한 정서를 담은 휘슬
휘슬은 그 이름 때문에 단순한 호루라기라고 오해받기도 한다. 사실은 영국제도(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의 전통 피리다. 구슬프고 애잔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독특한 소리를 낸다. 특히 역사적 굴곡(영국의 오랜 식민통치와 800만 인구 중 200만 명이 사망한 19세기의 대기근 등)이 많았던 아일랜드의 정서와 합쳐진 서정적 음색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타이타닉’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의 음악에 쓰이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가요에도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4남매로 이뤄진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밴드 ‘코어스(The Corrs)’나 여성 그룹 ‘켈틱 우먼(Celtic Woman)’의 노래에 감초처럼 등장한다. 휘슬은 원래 나무로 만들었지만, 19세기 중엽부터 금속판으로 만든 제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틴(Tin) 휘슬이란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에는 금속 외에 플라스틱 제품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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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제일 쉬운 악기’ 카주
누구나 쉽게 연주 가능한,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는 카주. 아프리카 민속 악기가 기원이다.
카주는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쉬운 악기로 불린다. 별다른 연습이 필요하지 않다. 3세부터 99세까지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붙는다.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그냥 바람만 불어넣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허밍을 하거나 ‘뚜뚜뚜’ 소리를 내며 말하듯 불어야 악기에 있는 반투명한 막이 떨리며 소리가 난다. 일종의 ‘음성변조기’인 셈이다. 보통 나팔과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 잘 불면 트롬본 소리로 착각할 수도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도움말 및 촬영 협조=유럽악기·www.euro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