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바른 선택을 위한 안전장치
미국에서는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 후보들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실시한다. 올해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도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릭 페리, 허먼 케인, 뉴트 깅리치 후보가 검증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차례로 사라졌다. 미래 권력에 적당히 줄을 서며 철저한 검증을 외면하는 우리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 검증은 흠집 내기가 아니다.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이다. 이번 대선이 ‘선거다운 선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후보자들에 대해 가혹할 정도의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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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통치 리더십 검증이다. 리더십이란 상황과 자질의 결합체이다. 아무리 상황이 좋더라도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반대로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지도자의 자질이 좋으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대통령의 통치 리더십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자질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역사의식, 균형 감각, 소통과 통합력, 결단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포함한다. 국민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가 위기를 맞이했을 때 어떻게 잘 대처하는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경쟁자를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지, 선택에 따른 위험을 무릅쓰고 적시에 과감한 결정을 내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지를 보면서 후보들의 잠재적 통치 리더십을 평가할 것이다.
‘보수 참회록’도 나와야
최근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둘러싸고 보여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행보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경직되어 있다. 대선 출마 선언을 놓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안철수 교수의 언행은 상식의 궤를 넘어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이 리더십 검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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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한국 보수의 뿌리라고 칭송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종박 수구’는 참보수가 될 수 없다. 진보가 건강해지려면 종북을 도려내야 하듯이 건강한 보수가 태어나려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한국 보수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뿐만 아니라 5·16군사정변, 유신 독재 등 과오에 대해서도 균형 감각을 갖고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신 독재 시절 인권이 유린되었을 때 침묵하고 방조했던 것에 참회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보수가 당당한 보수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남북이 분단되고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과연 자유는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는지를 포함해 자신의 이념과 사상에 대해 정직하게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이제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검증을 피해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다. 분명 검증만이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과 당선자의 도덕적 해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좋은 정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기틀이 될 것이다.
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joon57@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