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로-트로티뇽의 피아노 듀오 콘서트 ★★★★☆
클래식과 재즈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선보인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왼쪽)와 밥티스트 트로티뇽. 플러스히치 제공
타로와 트로티뇽은 먼저 버르토크 ‘미크로코스모스’ 중 일곱 편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트로티뇽이 작곡한 ‘홈’으로 서로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둘의 본격적인 합일은 타로의 장기 레퍼토리인 라모의 ‘가보트와 두블’에서 이루어졌다. 타로가 특유의 산뜻한 터치로 구슬픈 옛 선율의 운을 떼자 트로티뇽은 이를 넘겨받아 스윙의 숨결을 살짝 불어넣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섯 번의 변주가 교환되며 바로크와 현대, 클래식과 재즈의 구분은 점점 무의미해져갔다. 두 아티스트가 미소로 나누는 유쾌한 소통과 흥겨운 음악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타로가 클래식 피아니스트이고, 트로티뇽이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타로와 트로티뇽은 솔로 연주 순서에서 교대로 휴식을 취했다. 타로는 평소 친한 사이인 원로 영화음악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자신을 위해 편곡한 영화 ‘옌틀’ 주제곡의 피아노 솔로 버전을, 트로티뇽은 쇼팽 왈츠를 테마로 한 ‘클래식 작품의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연주했다. 두 곡 다 흥미진진하고 아름다웠다. 타로와 트로티뇽은 다시 마주보고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곡인 피아졸라 ‘리베르탕고’로 절묘한 호흡을 맞추었다. 클래식과 재즈 아티스트는 피아노 듀오로 탱고를 연주하여 또 하나의 경계를 침범하는 매혹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트로티뇽이 작곡한 ‘찬가’ ‘천천히(Langsam)’ ‘뮤직 포 어 와일’로 불을 댕겨 즉흥의 리듬 정신을 화기애애하게 노래했다. 스타일은 다르되, 저마다 탄탄한 기교와 개성적인 음악성을 지닌 두 피아니스트가 어우러지는 장면이 실로 점입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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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