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鐘의 울림 껴안으면 종 아픈 곳 느껴지죠”
《 4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 정오 타종을 5분 앞두고 시민 타종 행사를 보러 40여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보신각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시 문화재과 소속의 신철민 씨(39)가 “보신각 종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려면 관람료를 내셔야 합니다. 이 자리에 오신 이상 모두 내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무료 행사인 줄 알았던 관람객들이 웅성웅성하며 발길을 돌리려 했다. 돌아서는 관람객들을 막아서며 신 씨는 “종이 울리기 직전에 박수를 치며 카운트다운을 함께 하는 것이 오늘의 관람료입니다”라고 농을 던진다. 마음이 풀어진 관객들도 크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5, 4, 3, 2, 1.” 정오가 되자 보신각종이 ‘댕 댕 댕’ 울렸다. 》
○ “보신각에 뼈를 묻고 싶다.”
‘보신각 종지기’ 신철민 주무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에서 시민들에게 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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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은 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민 타종 행사가 끝난 뒤에도 신 씨의 ‘종 사랑’은 계속된다. 종 망치로 종을 약하게 5, 6번 친 뒤 두 팔을 벌려 종을 감싸 안는다. 신 씨는 “소리를 듣고 균열은 없는지, 소리가 변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에는 종을 치기 전 미리 ‘마사지’를 해 준다. 종을 약하게 진동시켜 추위에 얼어 있는 종을 깨우는 일이다.
종 망치를 관리하는 것도 신 씨의 일이다. 예전에는 소나무로 만든 종 망치를 썼다. 1979년부터 쓴 소나무 망치는 수분을 잃고 굳어 버렸다. 2007년에는 “종소리가 이상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었다. 신 씨는 전국에 산재한 범종을 조사하며 보신각종에 가장 어울리는 나무를 찾아 헤맸다. 단단한 소나무보다는 조금 무른 플라타너스가 종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좋은 소리를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2008년 플라타너스로 만든 종 망치를 새로 달자 종소리 논란도 잠잠해졌다.
○ “소원 들어주는 종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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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힘들 때는 종을 안고 하소연을 합니다. ‘종님’은 대답이 없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은 가벼워지죠.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모든 분의 소원이 이뤄지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