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빅마마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3년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한 이영현. “힘들게 다시 일어선 만큼 자신 있게 노래하고 싶다”며 오롯이 ‘가수 이영현’으로 인정받기를 희망했다. 사진제공|태일런스미디어
■ 첫 정규앨범 발표한 ‘나가수’의 보석
빅마마 보컬 시절 억대 계약금 받으며 큰 인기
팀 해체후 대중 외면…인생 밑바닥까지 밟아
나가수로 주목…오롯한 가수로 인정받아 기뻐
3년 걸려 준비한 앨범…자신있게 노래할래요
인기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봤기에, 내려오는 길은 더 험난했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밟아봤다”는 그의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여성 보컬그룹의 자존심’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4인조 빅마마 출신 이영현(31). 그가 3년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과거의 기억을 털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려니까 더 안 되더라. 지금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고, 있는 대로 편히 살자고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그때서야 숨 쉴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빅마마는 여성그룹 처음으로 국내 실내공연장 중 가장 관객이 많이 들어간다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객석을 가득 채운 그룹이다. 전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수십억 원대의 계약금이 오갈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룹이 해체한 2009년 이후 빅마마가 아닌 개개인에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빅마마로 활동할 때 불렀던 솔로곡 ‘체념’이 대박을 치니까, 주위에서 솔로가수로 성공할 거라고 격려해줬고 저도 자신이 있었죠. 하지만 2009년 11월 첫 솔로 미니앨범을 냈을 땐 ‘이영현’이라는 가수는 아무도 알지 못했어요. 그때 느꼈죠. 내 위치가 여기구나….”
“이제는 이영현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빅마마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롯이 ‘가수 이영현’으로 인정받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네요.”
이영현은 ‘나가수2’를 통해 다시 주목받는 것과 새 앨범을 내놓은 것에 대해 “음지에만 있다가 양지로 다시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연달아 활동을 하니까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 전(빅마마 활동이 끝난 후)까지는 그냥 무관심의 존재였거든요. ‘나가수2’를 통해서 악성 댓글과 제 음악에 태클 아닌 태클도 처음 받아봤어요. 저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긴 것도, 이 모든 게 처음이니까 아직도 어벙벙 하네요.”
이영현의 말대로 다시 기회가 왔다. 그는 “하고 싶은 음악하고, 제 얼굴을 알아봐주고, 딱 여기까지 만이라도 만족한다”고 했다. 그동안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요즘엔 사는 게 재미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가요계에는 디지털 싱글 등 최대한 간소하게 음반을 내는 추세잖아요. 굳이 ‘정규’라는 타이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닌데, 가수에게 10곡 이상 노래를 꽉 채운 앨범이 없다는 건 작가에게 책 한권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자존심 상하는 일이죠. 어렵게 준비한 앨범이고, 힘들게 다시 일어난 만큼 자신 있게 노래 부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