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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희망, 강소기업에서]인식개선 없으면 강소기업도 없다

입력 | 2012-06-08 03:00:00

“지역대학 출신들도 입사 꺼려 통일된 인증제도로 믿음 줘야”




미사일과 전차의 핵심 부품인 야간 적외선 센서를 만드는 대전 중구 관평동 아이쓰리시스템 본사 생산 현장. 고용노동부 제공

“공채 결과를 볼 때마다 ‘차라리 사업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부터 합니다. 지역 대학 출신자들도 지원하지 않는데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겠습니까.”

4일 대전 중구 관평동 본사에서 만난 정한 아이쓰리시스템 대표(52·사진)는 기자를 보자마자 지역 기업의 인재 채용 어려움부터 말했다. 그는 작심한 듯 “한두 해 쌓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분위기 조성부터 강소기업 인증제 통일까지 해결할 문제가 적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1일 대구와 경기 수원을 시작으로 12일 부산, 13일 인천, 14일 대전 등에서 지역 강소기업과 지역 청년을 연결하는 채용박람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현장 강소기업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 ‘중기 입사=대기업 낙오’ 등식 깨야

정 대표가 운영하는 아이쓰리시스템은 지난해 미사일과 전차 등에 쓰이는 야간 적외선 센서를 군에 납품해 2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랑스와 이스라엘에서 수입하던 장비를 2010년부터 국산화해 이 분야 국내점유율이 100%다.

하지만 1998년 1인 기업으로 설립할 때나 지금이나 인재 채용은 똑같이 쉽지 않다. 정 대표는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강소기업’이 된 지금도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똑같이 ‘중소기업’에 불과하다”며 “사람이 모이지 않아 회사가 위치한 지역(대전) 출신 인력 비율이 20%에 불과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회사의 핵심인 연구직은 아무리 공채를 해도 모이지 않아 인맥으로 수소문해 겨우 모셔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대졸 초임 연봉은 2900만 원. 잡코리아가 조사한 지난해 대기업 180곳 신입 연봉 평균인 3481만 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 대기업 평균 수준이다. 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급여를 주고 있음에도 인재가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정 대표는 “그나마 대전은 여건이 나은 편”이라며 “대전 이남 지역은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에 나설 수 있는 중소기업을 설립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인재 배분 격차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더욱 고착화된다는 것이 현장 경영자들의 평가다.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생산업체인 케이맥 이중환 대표(56)는 “대학 졸업생에게 아무리 향후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해도 결국 부모의 반대 때문에 입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중소기업 입사자는 대기업 낙오자라는 인식이 있는데 대기업 이상의 급여와 비전을 제시한다고 해도 상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 통일된 강소기업 인증 이뤄야

현장에서는 절실한 정부 지원책으로 ‘신용 제공’을 꼽았다. 아무리 시장지배력이 높은 강소기업이라도 개별 이미지 구축은 쉽지 않다. 정부에서 통일된 하나의 강소기업 인증을 해줘야 구직자들도 혼란 없이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강소기업의 기준으로 고용부가 선정하는 ‘고용창출 우수기업’, 지식경제부 선정 ‘우리지역 일하기 좋은 300대 기업’, 중소기업청 선정 ‘행복지수 1등 중소기업’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하면 10개가 넘는 강소기업 기준이 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 차별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 대표는 “정부 모든 부처의 인증을 통합해 하나의 ‘강소기업’ 인증을 해줘야 인재들의 대기업 올인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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