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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찾기’ 日 탐방… “日문화에 영향 끼친 백제문화 자랑스러워”

입력 | 2012-06-07 03:00:00

SH공사 선정 중고생 32명




SH공사가 주최하는 모범학생 해외탐방 ‘희망 꿈꾸Go!’ 참가자들이 일본 나라 현 호류사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백두산을 찾던 탐방대는 올해 처음 일본을 방문해 일본 오사카와 교토, 나라 시의 절과 신사에 남아 있는 백제인의 흔적을 찾았다. 나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일본 나라(奈良) 현 호류(法隆)사를 찾은 한국 청소년 32명이 사진으로만 보던 백제관음상(百濟觀音像) 앞에 서자 나지막한 탄성을 터뜨렸다. 4일 오전 이들은 길이 2.8m, 8등신의 관음상이 짓는 미소에 완전히 압도된 모습이었다. 아스카(飛鳥) 시대의 대표적 유물인 관음상은 왼손에는 보병(寶甁)을 들고 오른손은 손바닥을 내보이며 ‘구원’과 ‘자비’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절 입구에서부터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관음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폈다. “온화한 얼굴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일본의 유명한 유적에는 꼭 삼국시대 이야기가 같이 나오던데 그만큼 우리 문화가 대단했던 것 같다.” 관음상을 본 뒤 저마다 백제 문화에 대한 평을 늘어놓느라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SH공사가 주최하고 동아일보 우리은행 롯데관광 서울의료원이 후원하는 청소년 일본 백제문화유적탐방 ‘희망 꿈꾸GO!’ 탐방대가 일본을 찾았다. 이번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모범적으로 생활하는 서울 지역 중고교생 32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일본 오사카(大阪)와 교토(京都), 나라에 있는 사찰과 신사(神社)를 찾아 백제 문화의 흔적을 되짚었다. 2006년 이후 7번째로 이뤄지는 해외역사탐방으로 1∼6회에는 백두산을 올랐지만 올해 처음 일본을 찾았다.

학생들은 이번 탐방에서 호류사 금당벽화, 백제사 등 직간접적으로 백제문화의 흔적이 담긴 유적들을 고루 살펴봤다.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한 백제 왕인박사의 묘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은혜 양(17)은 “일본 문화에 백제 문화가 이처럼 많은 영향을 미친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일본 방문이 두 번째인 손정현 군(18)이 절을 지키고 있는 일본인 관리인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이 절이 일본에서 몇 번째로 큰 절이냐”고 물었다. 관리인이 “크기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손 군은 중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 2010년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 자격을 취득했다.

손 군의 꿈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일본 관광통역안내사가 되는 것. 손 군에게 이번 탐방은 직업체험과도 같았다. 되도록 많은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공부했던 일본어를 실전에서 시험해봤다. 일본 문화재 속에 담긴 백제의 흔적을 보며 서로의 역사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다. 손 군은 “일본 국보 1호이면서 동시에 백제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교토 고류(廣隆)사의 목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손 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국내 면세점에서 일하면서 꿈을 이뤄갈 생각이다. 면세점을 찾는 일본인과 대화하며 실전 일본어를 익힐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어서다. 손 군은 “장래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 강태양 군(16)은 역사학자 겸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일본에 방치되다시피한 왕인박사 묘를 바라보면서 한일 양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강 군은 “훗날 두 나라의 역사적 앙금을 씻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영준 SH공사 고객관리팀장은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본에서 새로운 꿈을 키웠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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