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티칭프로’ 취득
철학도이면서 골프 티칭 프로 자격증에 도전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민철 씨.
4일 충북 충주시 임페리얼레이크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티칭프로 선발전에서 합격한 김민철 씨(44). 김 씨는 이날 75타를 쳐 79타(40세 이상인 경우)까지 주어진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앞으로 나흘 동안의 이론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기는 해도 가장 까다롭다는 실기 테스트를 통과했기에 프로 자격증을 예약한 셈이다.
사실 그는 골프와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 철학과 86학번으로 주희(朱熹)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맹자 사상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그는 서울대 경기대 명지대 등에서 강사로 일했지만 두 자녀를 둔 가장으로 팍팍한 살림에 ‘투잡스’에 나섰다. “생활비라도 벌려고 서울 강남에서 논술 강의에, 외고 특강도 해야 했어요.” 박사 학위와 교수 자리가 아득하게 느껴지면서 그는 공부를 중단하고 로스쿨 학원 강사로 변신한 뒤 2007년 경기 광주시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해 12월 처음 머리를 얹었다는 김 씨는 “40대에 배운 운동으로도 직업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아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철학하는 사람은 자꾸 이유를 따진다. 그래서 스윙을 터득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골프는 욕구를 절제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게 철학과 닮았다”며 웃었다. 티칭프로를 뛰어넘어 투어 프로를 목표로 삼은 김 씨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