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해찬 의원은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인권법을 19대 국회에 상정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정치적으로 말한다면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 문제에 깊이 주장하거나 개입하는 건 외교적 결례”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북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지 서로 간에 개입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평소에는 같은 민족임을 강조하다가 북한 인권 문제가 나오면 다른 나라의 내정(內政) 간섭이라니 참으로 편리한 둘러대기다.
유엔이 인권위원회를 통해 각국의 인권 문제를 상시적으로 모니터하는 것은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인권 문제가 특히 심각한 북한에 대해서는 2003년부터 해마다 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으며 특별보고관이 지명돼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의 발언은 북한 인권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북한 정권을 비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등 인권 침해가 극심한 경우 ‘시민보호 의무’를 근거로 무력 개입도 불사했다. 지난해 3월 리비아 독재정권의 주민 학살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개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과거 한국 사회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개입을 통해 민주화 운동에 큰 힘이 됐다. 이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북아프리카와 중동 민주화운동을 세계가 지원한 것도 내정 간섭이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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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단체들은 탈북자에게 ‘변절자’라고 막말을 한 임수경 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퇴 운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임 의원을 신뢰한다”면서 징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도 이해찬 의원처럼 북한 주민의 인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임 의원의 발언은 어느 모로 보나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