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부진에 10조 부채…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 계열사-지분 매각 나서창업후 최대위기 돌파 착수
강덕수 STX그룹 회장. 동아일보DB
○ 수성(守城) 능력 시험대
2000년 쌍용중공업(현 STX엔진)의 ‘월급쟁이 사장’이던 강 회장은 스톡옵션과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그는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아커야즈(현 STX유럽) 등 국내외를 무대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키워 나갔다. 2001년 2600억 원에 불과했던 STX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29조9000억 원(재계 13위·공기업 제외)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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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발을 빼긴 했지만,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통해 다시 한 번 M&A를 통한 위기 돌파를 시도했던 강 회장은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경영 스타일과 다른 방법을 택했다.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약정에 따라 STX는 계열사 및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선(先) 성장 후(後) 안정’에서 ‘선 안정 후 성장’으로 바뀐 것.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STX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인 그룹”이라며 “‘M&A의 귀재’로 불릴 만큼 공격 경영 능력을 보여준 강 회장이 이제는 수성 능력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계열사 매각으로 ‘숨통’
STX조선해양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STX조선해양은 4일 1900억 원 규모의 탱크선 4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 들어 25억 달러(약 2조9500억 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의 1분기(1∼3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5.8%, 129.3% 늘어났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상환 예정인 1조3000억 원의 차입금 중 1조 원은 이미 해결했다”며 “자산 매각 금액까지 유입된다면 그룹 안정화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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