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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귀재 강덕수 회장, 守城의 리더십 시험대에…

입력 | 2012-06-05 03:00:00

조선-해운 부진에 10조 부채…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 계열사-지분 매각 나서
창업후 최대위기 돌파 착수




강덕수 STX그룹 회장. 동아일보DB

주력 업종인 조선과 해운의 부진으로 지난해부터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었던 STX그룹이 지난달 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재계 20위권 내 대기업(13위) 가운데 유일한 ‘창업주 총수’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창업 11년 만에 직면한 최대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수성(守城) 능력 시험대

2000년 쌍용중공업(현 STX엔진)의 ‘월급쟁이 사장’이던 강 회장은 스톡옵션과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후 그는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아커야즈(현 STX유럽) 등 국내외를 무대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키워 나갔다. 2001년 2600억 원에 불과했던 STX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29조9000억 원(재계 13위·공기업 제외)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STX는 그룹의 양대 축인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부진에 빠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또 M&A 차입금 등으로 인해 지난해 STX의 부채비율은 207%까지 높아졌다. ‘M&A 성공-영업 실적 개선-기업공개(IPO)-추가 M&A 착수’라는 STX의 성장 공식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STX그룹에 따르면 총 차입금 규모는 10조 원,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1조3000억 원가량이다.

중간에 발을 빼긴 했지만,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를 통해 다시 한 번 M&A를 통한 위기 돌파를 시도했던 강 회장은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경영 스타일과 다른 방법을 택했다.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약정에 따라 STX는 계열사 및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선(先) 성장 후(後) 안정’에서 ‘선 안정 후 성장’으로 바뀐 것.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STX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인 그룹”이라며 “‘M&A의 귀재’로 불릴 만큼 공격 경영 능력을 보여준 강 회장이 이제는 수성 능력을 보여줘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계열사 매각으로 ‘숨통’

STX는 STX OSV, STX에너지, STX중공업 등의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2조5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TX OSV 지분 매각은 핀칸티에리-칼라일그룹 컨소시엄과 최종 가격 조율에 착수한 상태다. 또 STX에너지, STX중공업 등은 산업은행과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직접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 중이다.

STX조선해양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STX조선해양은 4일 1900억 원 규모의 탱크선 4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 들어 25억 달러(약 2조9500억 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의 1분기(1∼3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5.8%, 129.3% 늘어났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상환 예정인 1조3000억 원의 차입금 중 1조 원은 이미 해결했다”며 “자산 매각 금액까지 유입된다면 그룹 안정화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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