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강원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레일바이크 매표소 앞에 표를 사려는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에 보이지 않은 매표소 바로 앞에도 줄이 이어져 있다.
● 표 구하기 밤샘 전쟁
이날 줄 맨 앞에 있던 윤모 씨(40·부산)는 전날 오후 8시 반부터 가족과 교대로 자리를 지켜왔다. 윤 씨는 "정선 레일바이크가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어제 왔다가 표를 못 구해 아예 저녁부터 기다렸다"며 "레일바이크를 타는 것 뿐 아니라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씨 바로 뒤에 있던 최모 씨(57·여·전북 전주)도 "작년에 왔다가 못 탄 기억이 있어 밤을 샐 작정을 하고 기다렸다"며 "숙소를 잡아놓고 밤은 엉뚱한 곳에서 보낸 셈이 됐다"고 말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던 관광객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앞에서 표가 매진됐다는 이모 씨(44·서울)는 "오전 6시부터 기다렸는데 허무하다"며 "인터넷 예약자 가운데 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100대가 하루 5차례 운행(연휴나 성수기엔 6차례)되는 정선 레일바이크는 50%를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50%는 당일 현장 판매한다. 인터넷 예매는 한 달 치를 전월 1일 0시부터 이뤄진다. 이 때 동시에 집중 접속이 이뤄지다보니 서버가 다운되기 다반사. 주말과 성수기 표는 5분 이내에 매진된다.
● 줄 서기 알바 등 에피소드 만발
정선 레일바이크는 2005년 7월 개장 직후부터 유명세를 치르면서 표 구하기와 관련한 숱한 에피소드를 낳았다. 표를 대신 사 주는 아르바이트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 지역에 사는 할머니들이 보통 1대당 3만 원의 수고비를 받고 표를 구매해 준다. 2인승 2만2000원, 4인승 3만2000원임을 감안하면 웃돈이 표 값과 맞먹는다. 1인당 2대까지 표를 살 수 있어 일당은 6만 원인 셈.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는 "표 구입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00% 인터넷 예매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이 경우 외지 관광객들이 체류하지 않고 당일 관광에 그칠 것을 우려하는 지역사회 목소리가 커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선지역 주민들은 레일바이크 표 청탁에 시달리기 일쑤다. 정선군 공무원 이모 씨(43)는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엔 가족이나 직원들이 직접 줄을 서 구하는 형편"이라며 "올 여름이 벌써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충호 구절리 이장(60)은 "자매결연 마을에서 단체 방문을 한다고 해서 상당수 마을 주민이 새벽부터 줄을 선적도 있다"고 말했다.
● 폐광지 마을이 관광명소로
정선 레일바이크는 무연탄 수송을 위한 산업철도인 정선선 가운데 구절역~아우라지역 폐쇄 구간에 설치됐다. 탑승 인원은 매년 30만 명이 넘는다. 이 때문에 레일바이크는 지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