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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바다’ 더 뜨거운 오디션, 배우 4명 뽑는데 500명 몰려와

입력 | 2012-05-31 03:00:00

재일교포 극작가 쓰카 고헤이의 작품 8월 무대 올라




29일 연극 ‘뜨거운 바다’의 배우 선발 1차 오디션 현장. 참가자 중 한 명은 “그룹으로 하는 오디션 방식은 낯설지만 한 사람씩 할 때보다 연기 시간이 2, 3배 더 길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기분 좋게 술에 취했다. 마냥 신나고, 마음이 들뜬다.’

정면의 벽에 걸린 스크린에 지시문이 뜨자 갑자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사람, 옆에 있던 사람을 부여잡고 연신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계속 뛰는 사람 등으로 난장판이 됐다. 1분쯤 있다가 다른 지시문이 떴다.

‘느닷없이 우울하다. 끝도 없이 추락하는 기분. 내가 마음에 안 든다.’

사람들의 얼굴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바닥에 퍼질러 앉거나 아예 드러눕는 사람,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2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5층 스튜디오에서 열린 연극 ‘뜨거운 바다’의 배우 오디션 현장은 배역을 따내려는 참가자들의 열연으로 뜨거웠다. 이 작품은 2년 전 폐암으로 타계한 재일교포 2세 작가 겸 연출가 쓰카 고헤이(한국명 김봉웅)의 대표작(원작 ‘아타미 살인사건’). 비극을 희극처럼 풀어내는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선보여 ‘일본 연극사는 쓰카 고헤이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는 일본 현대극의 대가로 인정받는 연극인이다.

그의 2주기를 맞아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 한국공연예술센터가 공연을 마련했고 ‘칼로막베스’ ‘푸르른 날에’의 고선웅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형사 두 명이 애인을 살해한 용의자를 취조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내용이다. 출연 배우는 4명(남자 3명, 여자 1명). 그 오디션에 남자 289명, 여자 212명이 지원했다. 남자는 96 대 1, 여자는 212 대 1의 엄청난 경쟁률이다. 1985년 쓰카 씨가 전무송 최주봉 강태기 김지숙 씨를 데리고 국내 초연했을 때 워낙 화제가 됐던 데다 제작진이 “따로 낙점한 배우 없이 철저히 오디션으로만 선발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한 번에 15명씩 동시에 진행된 오디션에서 지원자들은 스크린 지시문에 따라 들뜬 감정, 신나는 감정, 우울한 감정, 절망적인 감정을 차례로 표현했다. 마지막엔 스크린에 뜬 500여 자 분량의 긴 대사를 연기했다. 10여 명이 한꺼번에 대사를 쏟아내는 가운데 고 씨를 포함한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연기자들 사이를 헤집으며 관찰하고 메모했다.

오디션 심사로 녹초가 됐다는 고 씨는 “참가자 대부분이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연기를 잘했다. 눈에 확 띄는 배우도 있었다. 이번 배역에 적합한 배우를 뽑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디션을 통과한 112명은 30일 다시 5명씩 2차 오디션을 봤다. 최종 3차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의 명단은 6월 초 발표한다. 공연은 8월 4∼1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02-2001-5771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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