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5시 50분경 태안군 남면 달산리 유모 씨(73) 집 뒤 생강 저장굴에서 유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아들(41)과 이웃 주민 이모 씨(45)가 발견해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모두 질식해 유 씨와 이 씨가 숨졌다.
아들 유 씨는 “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굴 안을 들여다보니 쓰러져 있었다”며 “이 씨와 함께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다가 도착 직전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유 씨 등 3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들 유 씨만 목숨을 건졌다. 사고가 난 저장굴은 직경 80cm, 깊이 7∼8m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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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에는 서산시 부석면의 생강 저장굴에서 백모 씨(76·여)가 질식해 숨졌으며 2010년과 2009년에도 이 일대에서 각각 3명이 숨지는 등 최근 10년 사이 모두 10여 명이 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질식사가 잇따르는 것은 저장굴의 구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용수 충남대 교수(원예과)는 “저장굴은 산소가 부족하고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높은 데다 수평굴 형태여서 농작물 부패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일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 생강 생산량의 30%(지난해 기준 8000여 t)를 차지하는 서산, 태안 일대에는 2가구당 1개꼴로 저장굴 3000여 개가 있지만 모두 비슷한 구조다. 충남도는 굴 앞에 주의표시판을 설치하고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안전수칙을 교육하고 있으나 고령자가 많은 농촌지역 특성상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황 교수는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 환풍 시설을 갖춘 공동 저장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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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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