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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해파리, 박멸하거나… 활용하거나…

입력 | 2012-05-25 03:00:00

국립수산과학원 “출현시기 빨라지고 급증세”… 성체 전단계 ‘폴립’ 제거에 집중




요즘 우리나라 연안에 몰려오는 노무라입깃해파리.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날씨가 더워지면서 ‘해파리 전쟁’이 올해도 시작됐다. 봄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해 8월에 최고조에 이르는 해파리가 동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해파리 등장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종들이 나타나면서 현재 총 31종이 우리 바다에 살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지난달 ‘수생생물학지’에 발표한 자료에도 우리나라 주변의 해파리 종과 개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해파리는 어업을 방해하고 발전소 취수로를 막아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킬 뿐 아니라 해수욕장으로 몰려드는 등 매년 약 3000억 원의 피해를 끼친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7년 해파리를 ‘유해 해양생물’로 지정하고 매년 5월부터 주간 해파리 출현정보를 국립수산과학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 해파리 움직임 추적해 제거하고, 유생인 ‘폴립’ 제거

우리나라는 해파리 ‘박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봄이 되면 시화호나 새만금방조제의 바다 속 인공구조물에는 ‘보름달물해파리’의 유생인 ‘폴립’이 수십억 개씩 붙어 있다. 이 폴립 1개는 분열을 거쳐 성체 5000마리가 된다. 현재는 물을 고속으로 분사해 폴립을 구조물에서 떼어내는 방법을 쓴다. 폴립은 이동 능력이 없어 진흙 바닥에 떨어지면 그대로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름 2m, 몸무게가 150kg이 넘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동중국해에서 성체 상태로 유입되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2010년 KAIST에서 그물을 사용해 분해하는 퇴치로봇을 제안했지만 먼저 해파리의 이동 경로 예측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 윤원득 책임연구원팀은 해파리의 크기와 속도를 음파로 판별하는 음향카메라를 이용해 해파리의 분포와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해파리의 움직임과 해류의 흐름을 파악하면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상선이나 여객선에 비디오시스템을 장착해 해파리의 현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을 함께 추진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 식품이나 의료품 재료로 활용하려는 연구 시작

최근에 국내 연구진은 해파리 제거가 아닌 산업적 활용 방법도 찾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성구 책임연구원팀은 해파리의 독을 벌침처럼 피부미용에 활용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해파리에서 관절염에 효능이 있는 ‘뮤신’을 분리하기도 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도정룡 책임연구원팀은 해파리의 콜라겐을 다이어트 식품이나 조미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콜라겐은 소나 돼지에서 얻고 있는데, 구제역 같은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원료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 해파리는 콜라겐 순도가 높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해파리 콜라겐으로 만든 화장품과 음료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파리를 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국화학연구원 이재락 책임연구원팀은 수분이 97%나 되는 해파리를 건조해 육지로 옮겨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파리 위에 주방타월 같은 ‘나노웹’을 덮고 해풍을 쐬면 수분이 날아간다. 앞으로 일반 방습제보다 성능이 10배 뛰어난 물질을 덧붙여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 김은주 책임연구원은 “바다의 골칫거리인 해파리를 산업용으로 변신시키는 전략과 기술을 마련한다면 세계적으로 널리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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