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크 &콘서트’ 이경숙-김규연 피아노 공연 ★★★★
듀오 무대를 선보인 모녀 피아니스트 이경숙(오른쪽) 김규연. 예술의전당 제공
19일 열린 모녀 피아니스트 이경숙, 김규연의 토크 & 콘서트는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유쾌하면서도 편안한 연주회였다.
공연장은 TV 토크쇼의 스튜디오를 연상시켰다. 클래식 콘서트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분홍 노랑 푸른색의 조명, 피아노 앞쪽에 배치한 녹색 식물 덕분이었다. 스크린에 모녀의 옛 사진이 펼쳐지면서 이들의 첫 번째 듀오 무대가 문을 열었다. 피아니스트들은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야 한 대의 피아노를 나눠 치는 것을 꺼린다. 연탄곡을 치기에 모녀는 꽤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딸의 선명하고 힘찬 멜로디를 어머니는 조심스레 보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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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002년 SBS 역사드라마 ‘여인천하’에 빠져 촬영현장을 쫓아다니고, 유치원 때 하도 씩씩해 남자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는 김규연의 이야기도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경숙은 프로그램에 실린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6번 대신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주했다. 연주에 앞서 그는 관객들에게 “규연이를 낳고 몇 달 뒤에 연 독주회에서 헝가리안 랩소디를 연주했기에 이번에 오랜 만에 선곡했는데 이제 옥타브 연타가 쉽지 않더라. 이참에 포기하는 법도 배우자 싶어 레퍼토리를 변경했다”고 털어놓았다.
커튼콜이 이어지자 어머니는 딸을 피아노 앞에 꾹 눌러 앉히고는 무대 뒤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토크 & 콘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연주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점이다. 마지막 두 곡을 남겨두고 진행된 왁자지껄한 경품 추첨은 음악회의 맥을 끊는 듯해 아쉬웠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