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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에서는 ‘궁녀를 전사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예화가 있다. 손무는 왕에게 “제게 사흘만 주신다면 비록 궁녀라고 하더라도 훌륭한 군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창과 칼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관료 대신들의 잡심부름이나 하던 그들이 어떻게 단 사흘이라는 시간 안에 군대의 일원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손무는 무작위로 뽑혀온 궁녀들을 이열횡대와 오열종대를 기본으로 재정비한 후, 한 번의 북소리에는 오른쪽으로 돌기, 두 번째 북소리에는 왼쪽으로 돌기, 그리고 세 번째 북소리에는 칼을 들고 싸울 기세를 취하게 했다. 물론 처음부터 궁녀들이 잘 따라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론 키득키득 웃기도 했고, “우리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라며 아이 같은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손무는 단호하게 명령했고, 심지어 군령에 따라 엄격한 벌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연습을 시키자 궁녀들의 눈빛은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고, 사뭇 잘 훈련된 군대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손무가 궁녀들을 조련한 사건이 훗날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전투부대인 ‘낭자군’의 시초가 됐으니 그 의의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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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