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SK는 올해 새로 채용할 7000여 명 가운데 약 30%인 2100명을 공채와 수시채용 등을 통해 고졸 출신으로 뽑기로 했다. 지난해 고졸 채용규모(1000명)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말 공공기관으로부터 시작된 고졸 공채 열풍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9일 고졸 공채 결과를 발표한 삼성그룹도 기존 계획보다 100명이 많은 700명을 선발했다. 이에 따라 공채를 포함한 올해 삼성그룹의 전체 고졸 채용규모도 9000명에서 9100명으로 늘었다. 이번 공채에서 추가로 선발된 100명은 농어촌지역 출신이거나 한부모 가정 또는 보육원 출신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시작된 고졸 채용 확대가 자칫 ‘반짝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여전하다. 일선 기업들이 고졸자와 대졸자 간 합리적인 업무 조정 없이 고졸자들에게 승진에서 불이익을 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들이 대학과 산학협력을 하듯 고등학교와 손잡고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술인재들을 육성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SK하이닉스는 전국의 고교 110여 곳과 자매결연해 실무형 교육을 진행하고, 마이스터고에는 하이닉스반을 운영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SK플래닛도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 경진대회’를 열면서 우수 인재를 골라내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몇 년 뒤에 “정부에 떠밀려 능력 없는 고졸 출신을 뽑았다”는 재계의 볼멘소리가 아니라 “능력 위주의 채용 덕분에 경쟁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기업인들의 환호를 듣고 싶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