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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저축銀 이사, 2월에도 ‘불법 대출’ 영장… 법원 “도주우려 없다”기각

입력 | 2012-05-21 03:00:00

‘가짜통장’ 고객돈 166억 빼내 도주… 집유중 재범에도 발부 안해
“김임순 대표도 공모 의혹”… 경찰 구속의견은 檢서 묵살




고객 300여 명의 예금 166억 원을 빼돌려 도주한 한주저축은행 이모 이사(42)와 이 이사를 도운 혐의로 구속된 여신담당 이모 팀장(45)에 대해 경찰이 올해 2월경 불법 대출 주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이사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2월부터 고객 예금을 빼돌리기 시작해 영업정지 전날인 5일 166억 원을 들고 도주했다. 현재 검찰이 이 이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뒤쫓고 있다. 이 이사와 이 팀장이 당시 구속됐다면 예금 빼돌리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사법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잘못 판단해 피해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이사 등 한주저축은행 직원 5명은 지난해 12월 말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인 사업가 양모 씨(32)에게서 불법 대출 의뢰를 받아 담보 가치를 부풀린 허위 감정평가서를 만들었다. 또 담보 제공인과 차명 대출인을 금품으로 매수한 뒤 올 1월 5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월 중순경 이런 혐의를 확인하고 같은 달 말 이 이사와 이 팀장, 김임순 대표(53), 불법대출금 회수에 동원된 조직폭력배 금모 씨(28) 등 5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이 이사는 또 다른 불법 대출 건이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적발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였다. 경찰은 “이 이사가 불법 대출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재차 같은 범죄를 저질러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영장 신청 사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은 “혐의사실은 인정되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 이사와 이 팀장을 비롯해 범행에 가담한 3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3월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 이사 등 피의자 10여 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김 대표는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서부지검이 “불법 대출을 공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 이사의 불법 대출 사실을 알고도 영업정지 직전까지 이 씨를 정상적으로 이사직에 기용하는 등 비리를 묵인한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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