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임금체불… 베트남 노동자의 ‘해결사’
10일 베트남 출신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 당티능 씨가 베트남어로 민원을 상담해주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공장에 5일 이상 나가지 않으면 사장님이 고용노동부에 외국인 근로자 이탈신고를 할 수 있게 돼요. 그러면 본국으로 돌아가셔야 해서 불리해질 수 있어요.”
수화기를 통해 한 외국인 근로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던 120 다산콜센터 상담원은 베트남 출신 당티능 씨(30·여). 그녀에게서 위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다산콜센터 외국어 상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베트남어다.
외국어 상담원 20명 가운데 베테랑으로 손꼽히는 당 씨를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다산콜센터 외국어상담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 씨는 2002년 한국에 건너와 2010년 2월 다산콜센터 외국어상담팀이 첫 업무를 시작할 때부터 이곳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경기 의정부시 고용지원센터에서 노동문제를 상담했다. 그녀가 이전 직장에서 쌓았던 경험 덕에 사업주의 임금체불 문제부터 시작해 불법체류 문제 등 국내에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은 그녀의 덕을 많이 봤다. 특히 전국 각지에 있는 외국인들도 다산콜센터를 이용할 수 있어 그녀는 ‘전국구 해결사’로 불린다.
노동 관련 상담뿐만 아니라 한국인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도 그녀의 단골 상담 메뉴 중 하나다. 당 씨가 갈등 해결책을 척척 내놓을 수 있는 건 10년 동안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오며 터득한 산 경험 덕분이다.
“한국 시어머니에게는 일단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고 화를 풀어드려야 해요. 그 다음에 화가 풀리시면 얘기하는 게 상책이죠.” 75세 노모를 모시고 사는 당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남편과의 갈등 역시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부간에 말이 잘 안 통하는 분들도 전화를 많이 걸어오세요. 통역을 하면서 서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풀리면 보람을 느끼죠.”
당 씨는 기억에 남는 상담으로 한국에 와서 모은 전 재산을 현금으로 인출해 가방에 넣고 가다가 버스에 놓고 내린 여성을 도운 일을 꼽았다. 당 씨는 “엉엉 울기만 하고 버스 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던 그녀를 위해 경찰과 버스회사를 통해 가방을 찾아줬을 때 마치 내 돈을 찾은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