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전문가들이 두산을 우승후보로 꼽기를 주저한 이유는 선발진에 확신을 못 가졌기 때문이다. 니퍼트, 김선우 외에 믿을만한 선발감이 안 보인다고 봤다. 그러나 이용찬이 임태훈과 더불어 선발진을 받쳐주면서 두산은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첫완투 스릴 만끽…투구수 조절 목표도 생겨
새 주무기 포크볼 앞세워 올시즌 12승 야심
선발 자리 잡았지만 언젠간 마무리 컴백 꿈
두산 이용찬(23)의 출발이 좋다. 5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승3패, 방어율 2.56을 기록하고 있다. 타선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승보다 패가 많지만, 최근 4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QS)를 할 정도로 안정적이다. 11일 광주 KIA전에선 윤석민과 팽팽한 완투대결을 펼친 끝에 0-1로 패했다. 그는 “몸도, 마음도, 구위도 이제 선발투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운영도 향상됐고, 구종도 다양해졌다. 특히 올 시즌 결정구로 사용하는 포크볼은 위력이 대단하다. 올해 그의 목표는 12승과 15차례의 QS다. 항상 마운드에 서면 QS를 하는 투수, 이용찬의 꿈이다.
○맞혀 잡는 투수가 좋은 투수다!
“지난해는 마무리투수 때 습관이 있어서 공을 세게만 던지려고 했어요. 선발투수가 100개는 던져야 하는데 제풀에 지쳐서 힘들었죠.”
-요즘은 완급조절이 돋보이던데?
“타자를 맞혀 잡으려고 해요. 마무리 때는 모든 타자를 삼진 잡으려고 했거든요. 지금도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삼진 잡으려고 하긴 하죠. 근데 삼진 생각하면 힘 들어가고, 투구수 많아지더라고요. 스피드 신경 안 쓰고, 컨트롤에 집중하니까 훨씬 좋아요. 그래도 145km는 나와요.”
-올해 목표는?
“12승이에요. 그 정도는 해야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등판하는 날마다 아버지가 ‘퀄리티스타트!’ 하시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승패도 중요하지만 퀄리티스타트를 목표로 잡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최대한 빨리 승부를 하자’, ‘좋은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자’, ‘낮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자’, 이런 생각을 많이 하죠.”
○생애 첫 완투! 새로운 목표를 찾았다!
-지난 11일 윤석민과 완투대결을 했다.
“좋았어요. 제가 처음으로 8이닝을 던졌고, 처음 완투를 했잖아요.”
-이겼다면 더 좋았을 텐데….
-완투패가 가져다준 성과가 있다면?
“그날 새롭게 도전할 목표를 찾았어요. 석민이 형이 108개로 완봉승을 했죠, 아마. 저는 111개를 던졌고요. 투구수 100개 이하로 완투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뭐 ‘99구 완투승’, 이런 거죠.”
○포크볼 던지면 제가 이겨요!
-구종 이야기를 해보자. 포크볼이 굉장하던데?
“제가 마무리 할 때 직구 하나밖에 없었잖아요. 볼은 빠른데 변화구는 변변치 못했죠. 올해는 포크볼이 생겨서 해볼 만합니다.”
-언제부터 준비한 건가?
“2010년 마무리캠프 때죠. 근데 지난해는 좋다, 나쁘다 그랬어요. 올해는 아주 맘에 듭니다.”
-포크볼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구나.
“던지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게 됐죠. 떨어지는 각도 조절과 스피드 완급도 이젠 돼요. 삼진을 잡아야 할 때도 필요하고요.”
-포크볼은 많이 던지면 팔에 안 좋다고도 하잖아?
“저는 괜찮아요.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아요. 제가 얼마 만에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을 찾은 건데요. 그동안 변화구 잘 던지는 투수가 참 부러웠어요. 일단은 안 맞는 게 더 중요하고, 타자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브와 슬라이더는 어떤가?
“보통이죠. 좀더 가다듬어야 해요. 가끔은 좋은날도 있어요.”
-장충고 다닐 때 슬라이더 좋았잖아?
“그죠. 저 슬라이더 잘 던졌죠. 근데 수술 이후에 슬라이더가 잘 안 돼요.”
-지금 슬라이더는 B급인가?
“(웃으면서)C급이죠.”
○선발투수는 자신과의 싸움!
-선발투수의 매력은 뭔가?
“확실히 마무리투수보다는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기사도 많이 나가고, 인터뷰도 많고….”
-한번 던지면 4∼5일을 쉰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은데?
“마무리투수는 못해도 다음날 바로 만회할 수 있어요. 근데 선발은 못 던지고 나면 다음 등판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남들은 ‘한번 던지고 푹 쉬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아요.”
-팀에 좋은 롤 모델이 있잖아?
“(김)선우 형에게도 많이 배우고, 니퍼트를 보면서도 또 배우죠.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게 힘들잖아요. 선발투수는 선봉장이니까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떡하든 상대 선발에 밀리지 않고 싸워야죠.”
○언젠가는 다시 마무리 맡고 싶어요!
-꿈은 마무리투수라고 들었다.
“맞아요. 전 사실 선발보다는 마무리가 더 좋아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올해는 프록터가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잖아?
“올해는 아니에요. 올해는 하라고 해도 안하고 싶어요. 선발투수로 몸을 만들었으니까 좋은 선발투수가 돼야죠.”
-마무리가 좋은 이유는 뭔가?
“글쎄요. 고등학교 때부터 마무리를 했어요. 프로에서도 시작은 마무리였고, 구원왕도 한번 했잖아요. 저에게 신인왕을 안겨준 것도 마무리였고…. 팀 승리를 지킨다는 건 굉장히 매력 있거든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또 다른 이유?
“자신감이 생겼어요. 옛날에는 직구밖에 못 던졌는데, 이젠 포크볼도 있고 제구력도 좋아졌어요. 다시 한다면 훨씬 재미있게 잘 할 것 같아요.”
-기대가 된다. 어쨌든 올해는 선발투수다.
“나가면 퀄리티스타트를 하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지난해 팀 성적이 나빴는데, 올해는 제가 보탬이 돼서 꼭 한국시리즈에도 나가고 싶고…. 한국시리즈에서 퀄리티스타트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두산 이용찬?
▲생년월일=1989년 1월 2일
▲출신교=신원초∼양천중∼장충고
▲키·몸무게=185cm·85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7신인드래프트 두산 1차 지명·입단
▲2012년 연봉=1억2000만원
▲통산 성적(15일 현재)=134경기 9승13패51세이브, 방어율 3.82(226이닝 60자책점) 173탈삼진 ▲주요 경력=2009년 신인왕·구원 1위(26세이브), 2010년 구원 2위(25세이브)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