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근본적인 해법은
한 스님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청사로 향하고 있다. 최근 소속 일부 승려가 연루된 도박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어 ‘자성과 쇄신 결사’라는 플래카드의 문구가 무색해 보인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대한불교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 도법 스님이 2월 부산 범어사 주지 선거가 금권시비에 휩싸이자 작성한 편지의 일부다. 이 글은 ‘종단 지도자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종단의 금권·계파 정치, 고급 승용차로 상징되는 호화생활, 재정의 불투명성, 엄정한 법집행과 투명한 인사 등에 관한 5개항을 담았다. 이 편지는 총무원장과 중앙종회 의원, 25개 교구 본사 주지 앞으로 발송할 예정이었지만 내용이 알려지자 주변의 만류로 보내지 못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도박 사건의 배경에도 불교계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깔려 있다.
○ 강화된 청규(淸規) 시행해야
○ 종단 정치의 폐해를 막아야
조계종은 ‘종단 정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중과 성향 등에 따라 모인 종책 모임의 영향력이 크다. 국회로 치면 정당에 해당한다. 현재 화엄·법화·무량·무차·보림회 등이 활동하고 있으며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화엄회에 속한다.
2009년 출범한 현 총무원 집행부는 종책 모임의 연합체다. 화엄회의 지지를 받은 자승 스님이 다른 모임의 동의를 받아 사실상 만장일치로 총무원장에 당선됐다. 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과 인사가 이뤄져 그 폐해가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불교방송 이사장과 동국대 이사장, 총무원의 주요 보직, 본사 주지 등도 이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고 있다.
○ 재정 투명화를, 수뇌부 기득권 버려야
재정의 투명화도 선결 과제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본, 말사 주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고, 자리를 산 뒤에는 다시 돈을 모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본사 주지의 권한을 제한하고 신도와 외부전문가의 재정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계종이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수장인 총무원장부터 중간평가를 받는 등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종책 모임을 해산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