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투르노 교수팀, 마야인 달력에 쓰인 상형문자 해독“지구멸망 암시하는 ‘재시작 주기’는 年 표시 단위일뿐”
마야 유적의 벽면에 적힌 상형문자. 태양과 금성, 달과 같은 천체의 움직임과 주기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사이언스 제공
그런데 이와는 달리 마야인의 달력이 2012년 12월 21일이 끝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저명한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 11일자에 실렸다. 멸망이 아니라 새로운 달력이 시작되는 전환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보스턴대 윌리엄 사투르노 교수팀은 2008년 과테말라 북부에 있는 마야 유적지 ‘술툰’에서 달력을 만드는 과정이 담긴 상형문자를 발견해 분석했다. 술툰은 1920년대에 처음 알려진 이래 계속 유적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장기력이 세계 멸망을 예언한 달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구에 따르면 술툰에서 발견된 벽화의 상형문자는 태양이나 금성, 화성 같은 천체의 주기를 계산한 흔적으로 장기력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투르노 교수는 “이 유적은 마야의 서기관이 달력을 계산하기 위해 칠판처럼 사용하던 곳”이라며 “장기력에서 말하는 ‘재시작 주기’는 현대인이 사용하는 ‘연(年)’처럼 천체를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만든 달력 단위일 뿐 세계 멸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야 전문가인 경희대 스페인어학과 송영복 교수는 “마야 달력에는 달력의 마지막 날이 지정돼 있어 멸망설에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마야 장기력의 마지막 날이 올해 12월 21일인지도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1935년에 마야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정해진 날짜이기 때문에 실제로 마야인이 올해 12월 21일을 한 주기가 끝나는 날이라고 생각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