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이 들어오는 네온전화기는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이는 당시 대학생들의 호주머니 사정상 휴대전화를 갖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에는 히트상품 1, 2위에 각각 기초적인 생필품인 비누와 세제가 올랐다. 오렌지향 콘돔도 처음으로 5위 안에 진입했는데, 이는 팍팍해진 살림살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 풍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인터파크 측은 분석했다. 또 이 시기를 전후해 주부들이 저렴한 인터넷 쇼핑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5500원짜리 어린이 장난감 ‘펄러기’가 판매량 1위였고 안전놀이방, 돌김 세트처럼 주부들이 선호하는 생활 밀착형 상품이 순위권에 들어갔다.
2000년 히트상품 목록을 보면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에서 탈출한 흔적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강아지 로봇이나 크리스마스트리, 전동칫솔, 다이어트 비디오 등 기초생필품이 아니라 ‘소박한 사치’를 맛볼 수 있는 물품들이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에는 처음으로 남성 화장품이 여성 화장품을 누르고 히트상품 1위에 올랐다. 점차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늘어난 ‘메트로 섹슈얼’ 열풍을 반영한 것이다. 또 한물 간 아날로그 방식의 ‘파나소닉 워크맨’이 2003년 히트상품 5위였던 ‘MP3플레이어’를 제치고 2위로 껑충 뛰어오른 점도 눈에 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업에 필요한 어학능력을 키우고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재수생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인구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해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2007년에는 ‘생얼 열풍’으로 마스크팩이 판매량 1위에 등극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상을 반영했지만, 2008년에는 또 세계금융위기와 불경기의 여파로 ‘초저가 의류’가 처음으로 순위권에 들어왔다. 급기야 2009년에는 초저가 의류 순위가 껑충 뛰어 히트상품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국산 기저귀와 물티슈가 각각 1, 2위에 올랐다. 일제 기저귀와 물티슈를 애용하던 주부들이 일본의 방사능 유출사고를 계기로 국산제품으로 대거 갈아탄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