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사들에 ‘설득작업’ 앞장… 미국교과서 한국 서술 2~4배 늘어
마크 피터슨 교수는 최근 케이팝의 인기로 한국어와 한국사 교양과목의 수강생이 부쩍 늘어난 데 주목하고 있다. 그는 “케이팝의 인기가 장기적으로 북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문화적 경계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세계사 세계지리 세계문화 미국역사 교과서 80여 개에 나타난 한국 관련 서술의 분량 및 내용, 오류 등을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 그사이 한국이 발전하고 그의 ‘물밑작업’이 더해지면서 미국 교과서에서 한국 관련 서술은 2∼4배 늘었다. 15년 전 많아야 17쪽에 불과하던 한국 관련 서술은 이제 교과서마다 평균 20쪽을 훌쩍 넘는다. 한 고교 경제 교과서는 한국의 경제 발전 내용에 한 단원을 할애했다.
답사차 방한한 피터슨 교수는 “미국 교육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한국의 우수한 인쇄술”이라고 했다. “팔만대장경, 직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서 보듯 한국은 예부터 인쇄문화가 발달했고 그것이 교육문화의 기초가 됐다고 설명하죠. 미국 교육자들은 한국에서 이민 온 학생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궁금해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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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대한 조사를 토대로 조선에서 17세기 후반 이전까지는 딸도 아들과 동등하게 제사를 지내고 상속도 받았다는 내용의 박사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이후 책으로 출간돼 1996년 해외 우수 한국학 연구서에 주는 연암상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유교사회의 창출-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일조각·2000년)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이 연구에 필수인 조선시대 족보 해석은 와그너 교수에게 배운 것이다. “와그너 교수님은 ‘보학(譜學)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꼼꼼하게 족보를 연구하신 분이에요. 성씨만 얘기해도 그 조상을 줄줄이 꿰셨죠. 제가 그분 밑에서 박사논문을 썼으니 얼마나 골치가 아팠겠습니까. 하하.”
지금은 피터슨 교수가 제자들에게 족보 읽는 법을 가르친다. 족보를 비롯해 신문 사설, 학술지 등 한글과 한자를 모두 알아야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한국어 문서를 독해시킨다.
그는 1987년 ‘미국인들과 광주사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전두환 신군부의 치밀했던 만행을 지적하고 미국의 방관에도 책임이 있음을 비판했다. 논문을 쓰기 위해 5·18민주화운동 때 주한미군 최고 책임자였던 존 위컴 한미연합사령관과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를 인터뷰했다. 이 논문은 당시 국내 여러 언론이 화제로 다뤘다. “당시까지도 전 전 대통령 집권기여서 논문 때문에 한국에 다시 못 올까 봐 염려도 했죠. 하지만 제 고향과도 같은 광주에서 벌어진 사태를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국의 노비제도를 연구한 책을 내년쯤 출간할 예정이다. 노비 매매가 가능했고 노비가 죄를 지으면 형벌을 내리는 등 한국의 노비제도가 여러 면에서 미국의 흑인노예제도와 비슷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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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영상] ‘순천 촌놈’ 한국인 되다…특별귀화 인요한 박사
: : 마크 피터슨 교수는 : :
△1946년 미국 유타 주에서 출생
△미국 브리검영대 학사
△미국 하버드대 석·박사(조선 사회사)
△1978∼83년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이사장
△1984년∼현재 브리검영대 교수
△1996년 저서 ‘유교사회의 창출-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로 연암상 수상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