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훈 사회부
경북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 교통사고로 애지중지 키운 딸 박은미 선수(25)를 잃은 박점태 씨(46)는 사고가 난 지 5일이 지난 6일에도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이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마음 놓고 사이클을 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5일 오전 경북 상주시 복룡동 한 장례식장에서 열린 박 선수와 이민정(24), 정수정 선수(20) 합동영결식은 울음바다였다. 상주시청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상주시민, 체육계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광고 로드중
유족이 주장하는 사고 상황은 사이클 도로 훈련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유도차량-선수단-후미차량’ 대열 사이에 안전거리 확보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처럼 선수들이 피할 겨를도 없이 추돌당한 것은 후미차량이 매우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게다가 각 차량 탑승자 1명이 운전과 속도 조절 무전, 도로 안전 확보 같은 상황을 모두 챙겨야 하는 점도 문제다. 사고 도로에는 80km 이상 달리는 화물트럭이 넘쳤지만 선수단 훈련을 알리는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았다. 선수단의 안전을 담보한 것은 고작 앞뒤 차량 비상등뿐이었다. 정 선수의 아버지 정진원 씨(50)는 “선수들을 덮친 것은 분명히 감독 차량이다. 대형 인명 사고 원인은 50m 이상 안전거리를 두지 않은 감독 과실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영훈 사회부
“상주시와 선수단이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것은 딸아이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정 선수의 어머니 김순희 씨(47)는 이날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 대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주에서
장영훈 사회부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