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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무현 차명계좌’ 진실 밝힐 수밖에 없다

입력 | 2012-05-05 03:00:00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검찰 출두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서 모두 까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고 말했다가 유족에 의해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그제 발언은 그가 지난달 ‘유족이 고소를 취하하면 입 다물겠다’는 식으로 말한 데서 한발 나아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 받던 중 2009년 5월 23일 자살함으로써 모든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덮어졌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저서 ‘운명’에서 “대통령은 여사님뿐 아니라 정상문 비서관에 대해서도, 비록 당신 모르게 벌어진 일이지만 모두 끌어안으려 했다”며 고인의 결백을 강조했다. 그러나 올 2월 노 전 대통령 딸 정연 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자금 13억 원에 대한 수사가 재개되면서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박 전 회장이 “문제의 돈은 내 돈이 아니다”고 했지만 검찰은 돈의 출처를 파헤치지 않았다.

조 전 청장이 언급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는 전후 사정에 비추어 640만 달러와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조 청장의 발언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아리송하게 말했다. 노 전 대통령도 ‘현실 정치인’으로서 정치자금과 초연하게 살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자금 관련설도 떠돌아다닌다. 그는 2001년 말 “2000년 부산에서 출마했을 때는 원도 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한 적도 있다.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와 관련한 정보를 소상히 공개해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자신과 경찰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그는 “모두 까겠다”고 큰소리치면서도 “얘기를 누구에게서 어떻게 들었는지는 검찰에서 안 밝힐 것”이라고 토를 달아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그러니 노무현재단에서 “언론플레이로 패륜적 행태”라며 “검찰 조사나 똑바로 받으라”고 공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노 전 대통령에게 차명계좌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면 조 전 청장은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설령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드러나더라도 사자를 처벌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더라도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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