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부정 갈등격화-폭로전“유시민에 대표직 제안하면서 당권파 지분 보장 요구”
통합진보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책임론을 둘러싸고 3일 당내 계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부정선거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당권파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이번 사태를 ‘관행’으로 치부하며 ‘당권 거래’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옛 민주노동당 출신 당권파의 핵심 실세로 통한다. 대법원이 반국가단체로 판결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을 지냈다. 민혁당은 NL계 주체사상파의 대부로 알려진 김영환 씨가 1992년 북한을 추종해 만든 지하조직이다. 사퇴 대상으로 압박받는 당권파 ‘몸통’이 직접 지분 거래에 나선 셈이다. 유 대표는 이 당선자의 거래를 거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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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권파의 ‘이석기 구하기’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갈등하는 핵심 쟁점은 부정선거 관련 의혹을 받는 비례대표 당선자 1∼3번의 사퇴 여부다. 당권파는 자파 소속 이정희 대표를 사퇴시키는 대신 1∼3번 당선자의 사퇴를 반대하고 있다. 반면 국민참여당(친노무현 그룹)과 진보신당 탈당파(PD계·민중민주계열)가 주축인 비주류는 정당성을 상실한 경선을 통해 순번을 받은 1∼3번 당선자를 모두 사퇴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전날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공격했던 당권파 이의엽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의 잘못된 관행, 미비한 제도, 통합 이전에 가지고 있던 서로 다른 조직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이번 파문이) 생겨난 것”이라며 부정선거를 ‘관행’으로 돌렸다.
이 대표는 3일 대표단 회의에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진상조사 보고서를 받아보지 못한 상태”라며 “어떤 경선 후보자에게 어떤 부정이 담긴 표가 주어졌는지 백지상태다. 전혀 알지 못한다”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이를 두고 “당권파가 이석기 당선자를 살리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부정선거를 처음 공론화한 이청호 부산 금정위원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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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대표단 “검찰수사 즉각 중단해야”
위기의 진보 통합진보당은 3일 오전 국회에서 대표단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 대책을 논의했다. 조준호 심상정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왼쪽부터)가 한결같이 두 손을 모은 채 회의에 임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검찰은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라이트코리아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통진당 공동대표단은 이에 맞서 ‘공동대표단 입장’ 성명을 내고 “검찰은 수사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 현장투표소 61곳에서 대리투표 의혹
이날 공개된 당 진상조사보고서에 드러난 부정선거 실태는 공당의 행태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온라인 투표의 경우 특정 인터넷주소(IP)에서 대리투표가 자행됐음이 확인됐다. 조사단이 대리투표로 의심되는 IP에서 투표한 당원 90명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응답자 65명 중 12명은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백한 대리투표 증거다. 7명은 당원이 아니었다. 비례대표 경선엔 당원만 참여할 수 있다. 투표했다는 53명 중에서도 ‘투표 방식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이 7명이었고 ‘가족이 해줬다’는 사람도 2명 있었다.
218개 현장 투표소 중 61곳에서 투표 관리자의 서명을 모방하거나 명부 조작이 의심돼 대리투표 및 대리서명 의혹이 제기됐다. 582명은 선거 규정을 위반했음에도 유효표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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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