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고민의 나날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경기장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유명하다. 그는 3일 사진 촬영에 응하면서도 좀처럼 미소를 짓지 않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강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3·사진)은 3일 동아일보 사진부 스튜디오에서 “활짝 웃어 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을 받자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자꾸 웃으라고 하시네”라며 멋쩍어했다. 6월 8일 카타르와의 방문경기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을 시작하는 최 감독은 “고민해야 할 게 많다. 최종 예선이 끝나는 내년 6월 18일까지는 웃을 일이 별로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 감독의 고민 중 하나가 최근 병역 연기로 논란을 빚은 박주영(아스널)이다. 박주영 얘기를 꺼내자 그는 “뽑아도 욕을 먹고 안 뽑아도 욕을 먹게 되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최 감독은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에 대해 “일단 나는 부정적이다”라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군대 문제만은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피해의식이 있을 수도 있다. 불법은 아니지만 공인인 국가대표로서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한 부분이 있다.” 박주영이 뛰어난 선수이긴 하지만 병역 문제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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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표팀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 때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만 감독을 맡겠다”고 했다. “축구 지도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자리인데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수차례 얘기했는데 아직도 전달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지휘봉을 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한다. “나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선수들과 오래 생활하면서 그 팀만의 색깔 있는 축구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찾는 스타일이다. 단기간에 역량을 끌어올려 성과를 내야 하는 대표팀과는 잘 안 맞는다. 지금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대표팀 감독이 되고 나니 좋은 게 한 가지는 있다고 한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조금 늘었다. 대표팀 감독 맡지 말라고 하던 아내도 지금은 좋아한다. 30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지냈는데 요즘은 대학생 딸과 함께 세 식구가 아침을 같이 먹는다.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