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경제부 기자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신흥시장 총괄사장은 최근 출간한 저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스(Breakout Nations)’에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대체해 앞으로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갈 ‘브레이크아웃 국가’로 한국 등 6개국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의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아시아의 독일로 부상하고 있다”며 “통일 이후 북한의 값싼 노동력까지 활용하면 세계경제의 유일한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까지 했다.
▶본보 2일자 B1면 샤르마 모건스탠리 사장 “한국 등 브레이크아웃 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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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외발(發)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둔화로 수출전선이 흔들리고 내수는 살아나지 않는다. 9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지뢰다.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은 10년째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도 정치권은 표를 얻는 데만 급급해 반(反)기업정서와 복지만능주의를 부추기며 나라 곳간을 축내려 한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넘긴 데 취해 요즘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처럼 시장과 성장을 무시한다면 우리나라는 ‘브레이크아웃’ 국가는커녕 ‘브레이크다운’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돌이켜보면 세계경제사에서 작은 성공에 취해 몰락의 길로 들어선 국가가 어디 한둘이던가.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3대 경제주체인 기업 가계 정부, 그리고 정치권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브레이크아웃 국가로 발돋움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문병기 경제부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