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 참석해 “우리끼리 갈등하고 정쟁(政爭)한다면 국민에게 또다시 지지해 달라고 부탁할 자격이 없다”면서 “정치를 위한 정치, 국민의 마음을 외면하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액면 그대로라면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이(친이명박)니, 친박(친박근혜)이니 하며 서로 으르렁대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자는 다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5·15 전당대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거듭 ‘정쟁’을 언급한 터라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5일에도 친박계 내부의 갈등과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당내 잡음과 관련해 “당이 온통 정쟁의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중진이 전당대회 후보등록일(4일)이 임박했는데도 박 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출마를 꺼릴 정도로 당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의 경쟁자로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이재오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박 위원장을 향해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거나 “1인 독재 지배체제”라고 비판하는 한편 대선 경선 룰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도 정몽준 의원은 “또 정쟁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데 정쟁과 정치를 어떻게 구별하느냐”며 공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이 행여 자신에 대한 비판과 경선 룰 변경 주장을 ‘정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면 새누리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걱정스럽다. 그 정도의 비판이나 논쟁도 수용하지 못하는 자세로 어떻게 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공세에 맞설 수 있겠는가.